소개글

필자는 성과주의는 장단점이 극명한 제도이기에 제도 도입과 운영을 위해서는 보다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최근의 이러한 성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으로 재독 철학자인 한병철 교수가 쓴 『피로사회 Müdig Keits Gesell Schaft』를 소개한다.

저작시기 : 2013년 1월

본문내용

박준우인재경영컨설팅 대표 공인노무사dbilljun@na
ver.com 1.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명암IMF 이후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그동안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개인의 생산성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도 기업에서 인사담당자로 일하던 시절에 처음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접했고, 노무사로 활동을 하면서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중소기업에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도입과 운영을 컨설팅하고 자문해 오고 있다. 하지만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소개하고 도입을 지원하는 일을 거듭할수록 제도에 대한 기대 못지않은 회의가 들곤 한다. 물론 모든 제도는 장점과 단점을 가진다. 즉 완벽한 제도는 없다. 이 점은 성과주의 인사제도도 마찬가지다.즉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성과를 촉진시키며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경쟁으로 협업의 저해, 동기부여 기능의 부작용, 단기 실적 중심 등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또한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을 중시한다. 성과관리를 흔히 ‘과정관리’라고도 하는 것처럼 성과주의는 목표를 수립하는 단계에서 상호협의를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간점검과 목표수정 등을 진행하며, 평가결과에 대해서는 면담과 피드백을 실시하고, 평가결과 이의제기 절차 등을 실시한다. 이처럼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평가하는 사람과 평가받는 사람, 평가제도를 운영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고 귀찮게 하고 괴롭힌다. 이러한 과정관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결과의 활용단계가 주는 스트레스는 더욱 크다. 평가결과는 연봉조정에 영향을 미치고 성과급차등도 결정한다. 승진에 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교육훈련이나 이동배치 등 인사관리 전반에 영향을 준다. 고성과자와 저성과자가 결정되고, 개별 경쟁은 치열해진다. 강제할당제도나 상대평가는 이러한 경쟁을 가중시킨다.이처럼 성과주의는 장단점이 극명한 제도이기에 제도 도입과 운영을 위해서는 보다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의 이러한 성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 바로 재독 철학자인 한병철 교수가 쓴 『피로사회 Müdig Keits Gesell Schaft』(김태환 옮김, 2012, 문학과지성사)다. 불과 70페이지 분량의 짧은 철학 에세이지만 저자는 현대의 성과주의가 만연된 사회를 ‘피로사회’로 정의하고 그 본질을 날카롭게 진단한다. 2. 성과주의, 피로사회 그리고 자기착취의 사회『피로사회』는 철학에세이다. 철학책 하면 떠오르는 느낌 그대로 이 책을 읽어나가는 작업은 그리 만만치 않다. 문장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생소한 개념과 단어들이 원활한 글읽기를 방해한다. 비유와 상징으로 점철된 문장은 아무리 집중을 해도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불과 70여 페이지를 읽는 일이지만, 700페이지의 두꺼운 책을 읽는 것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먼저 이 에세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규율사회’와 ‘관리사회’라는 근대사회의 특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책의 전반부에서 푸코가 『감시와 처벌』 등에서 이야기한 ‘규율사회’, 복지국가 등으로 대표되는 데리다의 ‘관리사회’라는 근대 사회의 특성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는 ‘명령과 금지’라는 제도와 규율에 의해서 노동과 삶이 통제를 받는 사회라는 특성을 가진다.하지만 후기근대사회(현대사회)의 노동에는 새로운 계율이 이러한 명령과 금지를 대신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성과주의’다.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성과사회는 자기책임과 자기주도 등이 확산하게 된다. 또한 성과사회는 사람을 개별화하고 고립시키는 등 고독한 피로를 유발하는 사회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 결과 과도한 성과의 향상은 사람의 내면을 궁핍하게 만들고 영혼을 경색시키고 사색의 여유를 앗아간다. 또한 불행하게도 도래할 사회는 이러한 성과주의가 만연된 ‘피로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3. 성과주의,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이 책은 분명 성과주의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거나 깊이 고민하지 못하던 본질적인 문제를 일깨워주고 있다. 난해한 철학 에세이지만, 메시지는 명확하다. 근대사회가 타자(관리자)에 의해 감시당하고 통제받으며 일하는 규율사회였다면, 후기근대사회(현대사회)의 노동은 직접적인 규율이나 통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기자신을 통제하고 감시하고 급기야 착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성과주의 노동의 특징이며, 이러한 성과주의가 만연된 사회는 다름 아닌 ‘피로사회’라는 것이다. 성과주의는 성과를 향한 압박이 탈진 우울증을 초래하고, 우울한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로서 자기 자신을 착취하며, 이러한 자기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자의 착취보다 효율적이지만, 성과사회는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며 계속 새로운 강제를 만들어 내고 그것은 주인 스스로 노동하는 노예가 되는 노동사회를 낳는다. 즉 이러한 강제사회에서는 모두가 저마다의 노동수용소를 달고 다니는 지도 모른다.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대한 모순과 문제점을 직접 접하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기에 성과주의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던 인사담당자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개별 기업에서는 최선의 선책이라고 할 수 있는 성과주의 인사제도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 그 성과주의는 시대마다 존재했던 고유 질병일 수 있다는 저자의 날카롭고 아픈 지적은 성과주의에 대한 환상을 깨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