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이번 호에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나 징계 해고가 아닌 ‘통상해고’, 즉 근로계약상 근로자의 의무불이행에 따른 해고를 다룬다. 기본적 의무(근로제공의무) 이행 위반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로는 근로제공 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해고, 근로제공 불완전이행을 이유로 한 해고로 나눠 서술하고, 부수적 의무(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로는 업무수행 충실 위반을 이유로 한 해고, 신뢰 손상을 이유로 한 해고로 설명했다. 결국 필자는 근로계약상 근로제공의무 위반이라는 계약이익 침해행위와 징계처분 사유는 구별되어야 함에도, 이를 구별하지 않고 규정·운영하는 실무가 일차적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가능한 한 개선해 구분·운영함으로써 사유와 처분간 형평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작시기 : 2013년 1월

본문내용

이형준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이번 호에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나 징계 해고가 아닌 ‘통상해고’, 즉 근로계약상 근로자의 의무불이행에 따른 해고를 다룬다. 기본적 의무(근로제공의무) 이행 위반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로는 근로제공 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해고, 근로제공 불완전이행을 이유로 한 해고로 나눠 서술하고, 부수적 의무(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로는 업무수행 충실 위반을 이유로 한 해고, 신뢰 손상을 이유로 한 해고로 설명했다. 결국 필자는 근로계약상 근로제공의무 위반이라는 계약이익 침해행위와 징계처분 사유는 구별되어야 함에도, 이를 구별하지 않고 규정·운영하는 실무가 일차적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가능한 한 개선해 구분·운영함으로써 사유와 처분간 형평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1. 들어가며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을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계약상 기본적(또는 주된) 의무로서 근로자는 근로제공의무를, 사용자는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근로자가 제공해야 하는 근로의 구체적 내용과 실현방법 등은 대부분 근로계약 체결 이후에 사용자의 세부적인 노무지휘 내지 지시에 따라 확정된다.이러한 기본적 의무 이외에 근로계약 당사자들은 일반적 쌍무계약에서 요구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초한 부수적 의무로서 사용자는 근로제공과 관련 근로자의 생명·신체·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등 각종 배려(또는 보호)의무를, 근로자는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침해하지 않아야 하는 충실의무를 부담한다. 충실의무를 구체적으로 유형화하면 비밀유지의무, 사용자의 명예유지의무, 수뢰금지의무, 경업금지의무, 근로제공 관련 고지의무 등이 있다.2. 근로계약상 근로자의 의무불이행에 따른 해고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제공 등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각종 의무를 이행할 수 없어 사회통념상 근로계약관계의 계속적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면 사용자는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종료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근로자가 원하거나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규정에 따라 근로자를‘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하므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상 근로관계 종료 사유를 규정했더라도 법적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고, 이제까지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단을 통해 확인되어 왔다.근로계약상 근로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된 구체적 사례를 보면, 부상·질병 등 건강상태, 능력부족, 적격성 결여 등 일신상 사유와 업무명령 위반, 직무태만, 근무성적 불량, 업무외적 범죄행위 등으로 회사 신용이나 명예를 훼손하는 근로행태상 사유로 나누어지는데,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들 사유에 의한 해고를 통상해고(또는 일반해고, 보통해고, 일신상 해고)라고 하는데, 기업의 공동질서 내지 사용자의 경영질서 규범에 위반한 것에 대한 징계의 한 방법으로서 근로관계를 해지하는 징계해고와 구별해 왔다. 그러나 실무상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통상해고와 징계해고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고, 통합해 하나의 해고사유로 규정하거나 중복해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3. 기본적 의무(근로제공의무) 이행 위반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근로계약관계의 주된 의무인 근로제공에 필요한 능력이나 적격성을 근로자가 갖추지 못해 사업장 내에서 자신의 지위에 상응해 정당하게 요구되는 근로제공을 결과적으로 완전하게 할 수 없는 상태를 이유로 한 해고로서 주로 일신상의 사유로 인한 통상해고를 말한다.■ 근로제공 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해고 근로자의 부상이나 질병，건강상태 악화, 정신적 장애 등으로 노동능력이 저하되어 업무를 감당해 낼 수 없는 경우로서 근로계약의 취지에 따른 근로제공의무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해야 한다. 다만 업무 외의 개인적인 사고나 질병이 아닌 업무상 재해로 근로제공이 불가능해진 경우에 적절한 치료나 작업환경 변경, 배치전환을 통해 근로제공이 가능함에도 사용자가 그러한 노력이나 기회 제공 없이 해고한다면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한편 공직취임이나 업무외적 영역의 범죄행위로 인한 유죄판결을 받아 사회통념상 근로제공이 불가능하게 되어 근로계약상 목적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도 근로제공 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해고에 해당한다.■ 근로제공 불완전이행을 이유로 한 해고근로자의 업무(직무)수행능력이나 적격성 결여로 근로계약에 따른 적정한 근로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외형상으로 근로제공이 있었으나 급부내용이 현저히 불완전한 근무성과 불량에 해당해 중대한 근로제공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 예컨대 단순히 인사고과에 의한 근무성적평정 결과가 최하위등급을 받은 것만으로, 또는 일시적인 자격상실만으로 업무능력이 객관적으로 불량하거나 부족하다고 단정될 수 없다. 사회통념상 근무성과 부진을 인정할 만한 상당기간 동안의 명확하고 객관적인 평가결과가 전제되어야 하며, 비록 저성과자로 평가되었더라도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성과향상을 위해서 취한 사용자의 노력 조치와 그에 따른 공정한 평가가 요구된다.업무상 요구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훈련제공 또는 자격 취득기회를 부여하거나 직무변경을 통해 근로자의 능력에 상응하는 다른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조치함으로써 계속적인 근로계약관계의 유지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해고할 경우 그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지도나 교육·연수·배치전환 등에 의해서도 능력이나 적격성이 향상되지 아니하고 그 개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평가가 있는 경우에 한 해고는 그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능력 부족 또는 성격상 사유 등 적격성 결여를 이유로 한 해고는 업무수행의 장해요인과 불완전 근로이행의 개연성이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4. 부수적 의무(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당사자간 신뢰가 다른 일반계약 비해 중요한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로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근로계약상 부수적인 충실의무 위반행위를 이유로 한 해고로서 대개 행태상의 사유로 인한 통상해고를 말한다. 그러한 사유가 주로 근로제공 자체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공동업무수행 등 기업 전반의 질서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해 징계해고 사유가 되기도 한다. 근로제공의무를 위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경영질서를 문란케 해 정상적인 기업활동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근로기준법 시행규칙상 해고예고의 예외가 되는 근로자의 귀책사유인 ⅰ) 사업의 기밀 기타 정보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사업자 등에 제공해 사업에 지장을 가져온 경우, ⅱ) 허위사실을 날조·유포하거나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 경우, ⅲ) 직책을 이용해 공금을 착복·장기유용·횡령하거나 배임한 경우, ⅳ) 제품 또는 원료 등을 절취 또는 불법 반출한 경우,ⅴ) 사업장의 기물을 고의로 파손한 경우 등 사회통념상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근로계약상 요구되는 충실의무(신의칙) 위반의 통상해고 사유일 수도 있지만, 기업의 공동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서 징계해고 사유로 볼 수도 있다.그런데 대법원은 해고사유가 근로계약상 의무위반에 해당하는지, 기업의 공동질서(복무규율)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실체적 차원의 구분보다 징계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해고를 징계해고, 그렇지 않은 해고를 통상해고로 보는 절차적 측면의 형식적 구분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업무수행 충실 위반을 이유로 한 해고근로계약상 요구되는 근로제공을 다른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 사용자의 배치전환 등 구체적인 인사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일상적인 업무지시·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위법한 집단행동이나 쟁의행위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고의로 업무능률을 저하시키거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해당된다.예컨대 반복·계속적이어서 개선 여지가 없는 근무행태, 즉 사용자의 주의·경고에도 개인적 용무로 무단결근하거나 지각·조퇴를 반복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근로자의 근로제공은 통상 상사·부하 등 다른 동료들과 하나의 조직단위로 이루어지므로 협력관계 유지가 필요한데, 이러한 협력의무에 반해 근로자가 자의적으로 회사의 지시·명령에 따르지 않아서 다른 근로자들의 업무 부담만 증가시키는 등 현저하게 업무 지장만 초래하고, 개선 여지가 없는 경우도 해당된다.특히 징계사유에도 해당할 수 있는 업무명령 위반은 해당 업무지시·명령의 유효성 판단과 함께 해당 근로자의 지위, 직종, 직무내용 및 관련 제반 상황이 고려되며, 발생 빈도만을 근거로 해고를 한다면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불법 쟁의행위 등 전체적으로 집단행위가 기업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더라도 그로 인한 사용자의 피해가 심각하지 않고, 업무상 손해가 경미한 경우라면 통상해고로서 정당하다고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다.■ 신뢰 손상을 이유로 한 해고근로자가 근로제공 과정에서 지득한 기업의 기밀이나 영업상 비밀을 누설하거나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업무 이외의 영역의 비윤리적 행위이지만 업무 성격이나 직무상 특별히 요구되는 신뢰를 손상하는 행위，회사 금전의 횡령 및 직무 관련 뇌물수수 등 비리행위, 기업 재산 및 각종 생산설비 관리 소홀이나 절취 행위, 회사 비난행위, 겸직금지 내지 경업금지 위반행위 등으로 대외적으로 기업의 신용이나 명예를 현저히 손상시켜 신뢰관계를 손상시킨 경우가 해당된다. 5. 나오며현장 실무를 보면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에 규정된 징계사유가 근로계약상 의무위반 사유에 해당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어 양자가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나 법원 소송 과정에서도 근로계약상 의무위반 행위로 인한 통상해고가 기업의 공동질서 유지 및 준수의무 위반에 대한 징계처분의 범주에서 다루어지는 추세를 볼 수 있다. 이는 근로계약상 근로제공의무 위반이라는 계약이익 침해행위와 징계처분 사유는 구별되어야 함에도 이를 구별하지 않고 규정·운영하는 실무가 일차적 원인인바, 이를 가능한 한 개선해 구분·운영함으로써 사유와 처분간 형평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또한 근로계약상 의무위반행위가 징계처분 대상으로 규율되고 있더라도 근로계약상 의무위반행위에 해당하는지 일차적으로 판단함으로써 근로계약을 지속할 수 없는 정도의 근로계약 해지, 즉 통상해고 문제로 다루어야 하는 것과 기업공동질서의 위반행위에 대한 징계처분의 한 형태로 해고하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이러한 합리적 해석과 판단은 근로관계의 본질인 근로계약상 의무이행에 대한 노사의 명확한 인식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