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인사업무 중 가장 어려운 업무가 무엇인가’라고 인사담당자에게 묻는다면, 많은 분이 ‘인사평가’라고 대답할 것이다. 현재 대부분 기업의 인사평가는 피평가자와 평가자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인사평가에 대해서 고민하던 중 다양한 실험연구를 접하게 되었고, 오랫동안 해결방안을 찾고 못하고 고민하던 인사평가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실험연구를 통한 시사점이 인사평가 문제해결의 근본적인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본 기고를 기획하게 되었다.

저작시기 : 2012년 9월

본문내용

김복수노무법인예담 대표 공인노무사필자는 기업이나 공공기
관을 대상으로 인사평가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보통 인사평가의 공정성 또는 오류방지 방안 등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그러나 최근 S사의 인사평가 강의 의뢰 주제는 조금 달랐다. “인사평가 피드백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으로 강의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피드백(feed back)? 피드백의 사전적 의미는 “진행된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사평가의 결과를 본인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요즈음 주변의 지인을 만나 인사평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사평가에 대해서 정확한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내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회사에서 인사평가 결과를 알려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연봉의 인상폭을 가지고 인사평가 결과를 추정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내가 B평가를 받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는다’ 등 인사평가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이처럼 피평가자들은 인사평가 피드백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평가자들은 인사평가 피드백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최근 인사평가 피드백이 주목 받는 이유 그렇다면 먼저 최근 기업에서 인사평가 피드백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첫째, 피평가자가 인사평가 결과를 알려달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회사에 입사하면 다른 회사로 전직 없이 계속 한 회사를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이러한 직장문화에서는 직원이 본인의 인사평가 등 인사문제에 관해 인사팀에 문의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기업간 전직의 활성화, 희망퇴직 시행 등으로 회사를 바꾸는 것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고, 이제 직원은 본인의 인사문제에 대해서 당당하게 회사에 문의하는 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다. 따라서 인사평가가 끝난 후 직원은 상사 또는 인사팀에게 왜 본인이 그런 평가를 받았는가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둘째, 매년 연봉 재계약 체결을 위해서다. 대부분의 기업은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서 연봉의 인상률을 개인별로 차등해 적용하는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직원은 본인의 연봉인상의 근거가 되는 인사평가 결과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고, 회사도 매년 연봉 재계약시 인사평가 결과를 직원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셋째, 인사평가 결과의 수용성의 확보를 위해서다. 인사평가의 핵심은 인사평가 결과를 피평가자가 얼마나 수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인사평가 결과를 본인에게 통보하지 않고서는 인사평가의 수용성을 담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회사는 인사평가 피드백이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인사 업무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인사평가 피드백에 시사점을 주는 실험연구본 기고에서 소개하려는 실험연구는 한국(서울대),미국(미시건대), 중국(난징대)의 공동연구다. 본 연구에서는 업무 환경과 일상 환경을 구분해 동서양의 소통 스타일을 비교 분석했다. 실험연구의 핵심은 ‘상호간의 소통시 얼마나 간접적(indire-ctness)으로 표현하는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은 팀장이고 오늘 팀원이 지각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지각한 팀원에게 무엇이라고 이야기했는가. ‘일찍 좀 다녀!’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는가 아니면 ‘어제 한 잔 했나 봐’라고 간접적으로 말했는가. 대부분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생각에서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오늘 차가 막혔나?’ 등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이제 지각한 직원은 ‘우리 팀은 적당히 지각해도 되는 건가?’ 또는 ‘이 정도 지각은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간접적인 표현은 상대방이 숨은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잘못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터 동서양의 소통 스타일의 차이를 실험을 통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본 실험연구의 실험 참가자는 미국인 35명, 한국인 58명, 중국인 59명의 MBA 학생으로 구성되었고 업무 환경(work contexts)와 일상 환경(non-work contexts)을 구분해 시행되었다. 실험도구는 Holtgraves’s(1997)의 간접성 측정도구를 사용했고 설문은 해석 메세지(interpret messages-간접적 의사표시)와 전달 메세지(convey messages-직접적 의사표시)로 구성되었다. 좀 더 쉽게 말해서 동양과 서양의 직접적 표현과 간접적 표현의 정도를 측정하는 실험이다. 예를 들어 “나는 다른 사람에게 숨은 의도를 가지지 않고 소통한다(직접적 의사표시)” 또는 “나는 다른 의미의 숨은 의도를 가지고 소통한다(간접적 의사표시)” 등의 질문을 통해 의사표시의 직접성과 간접성을 측정한 것이다. 실험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한국과 중국은 비슷한 결과는 보였으므로 한국과 중국을 이하 ‘동양’이라고 함).첫째, 업무 환경 맥락에서 살펴보면(그림에서 검정색 막대 그래프를 의미함) 동양이 미국보다 간접적 의사표시 경향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동양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돌려서 말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은 업무 환경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보다 직접적으로 상대방에게 말한다는 것이다.둘째, 일상 환경 맥락에서는(그림에서 흰색 그래프를 의미함) 동양과 미국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일상 환경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좀더 간접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표시한다는 것이다. 상호간의 소통 가운데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서양이 모두 인식하고 있는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 실험연구를 살펴보면서 필자는 ‘아!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피드백이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게 되었다. 미국은 일상 환경과 달리 업무 환경에서는 직원간에 해야 하는 이야기를 서로 거리낌 없이 하는데 반해, 동양은 업무 환경에서조차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돌려서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인사평가에 활용하고 있는 MBO는 피터드러커에 의해서 소개된 서구의 성과관리 기법이다. MBO는 목표합의 →중간평가 → 최종평가 → 피드백 등 대부분 과정이 상호간의 소통으로 이루어지며, 이러한 MBO는 업무 환경에서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서구의 문화와 사람에게 잘 어울리지만, 반대로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우리나라에는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이 인사평가 피드백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럼 동서양의 이러한 소통방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미국의 이러한 업무 환경에서의 직접적인 소통방식은 프로테스탄티즘(protestantism)에 기초한 일에 대한 소명(召命, calling)의식에 기초하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나의 일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일할 때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해야 하며, 따라서 상대방에게 말해야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권 국가는 소통시 직업을 소명으로 인식해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는 문화가 오랫동안 뿌리 내리고 있다.인사평가 피드백의 법률적 정당성그럼 이제부터 인사평가 피드백의 법률적 정당성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리가 이처럼 어려운 인사평가 피드백을 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피드백을 통해서 인사조치의 법률적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업무수행능력 부족과 관련한 부당해고구제신청사건에서 “참가인이 담당하던 인사보조업무는 비교적 단순하고 정형적인 업무였다 할 것인데 이미 수년간 같은 업무를 수행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유형의 실수를 반복하였다는 점, 이러한 이유로 매년 인사고과에서 업무수행능력 및 지식을 향상시키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개선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인사고과결과가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비록 해고로 인하여 참가인이 받게 될 불이익이 적지 아니하다 하더라도,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한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징계양정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하면서 업무능력 및 지식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이 인사조치의 정당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으며, 인사평가와 관련한 부당해고구제신청사건에서 “인사고과규정 제15조 제3항에서 1차 고과자는 1차 고과등급 산출 후 별도로 정하는 ‘1차 고과등급 통보서’에 고과등급을 기재하여 피고과자에게 배부하고 피고과자가 1차 고과등급에 대한 의견과 면담요청 의사 여부를 표시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를 두고 있고(중략)”라고 판시하면서 인사평가 후 면담절차가 인사평가에 따른 인사조치의 법률적 정당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인사평가 피드백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와 같이 인사평가 피드백은 직원들의 인사평가의 수용성과 향후 법률적 정당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럼 우리는 이와 같이 쉽지 않은 인사평가 피드백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첫째, 먼저 인사평가 피드백은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앞서 실험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사평가 피드백은 간접적인 의사표시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의사표시 스타일을 간접에서 직접으로 바꾸라는 것은 우리의 문화를 바꾸라는 것과 같은 의미이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접근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간접적인 의사표시 스타일을 인정하고 더욱 많은 시간을 인사평가 피드백에 투입해 평가자가 피평가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인사평가 피드백의 내용을 오해 없이 전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인사평가 피드백은 사전에 목표 합의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사전에 목표 합의 없이 이루어지는 피드백은 상호간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연초에 회사와 직원이 충분히 논의해 목표를 합의하고 합의된 목표에 대해서 피드백할 때 피평가자는 인사평가 피드백의 내용에 대해서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된다.셋째, 인사평가 피드백을 통해 향후 업무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인사평가 피드백을 왜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사평가 피드백은 과거의 업무에 대한 피드백의 의미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앞으로 좀 더 잘 해 보자는 것이 더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진솔하고 솔직한 소통의 피드백을 통해 향후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까지 가능한 인사평가 피드백을 시도해 볼 것을 추천해 본다.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