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법조계에 노동법을 연구하는 ‘법원 노동법 커뮤니티’라는 단체가 있다. 지난 2000년 설립돼 노동 판례 등 노동법 및 사건과 다양한 관련 지식을 온라인에서 주로 나누는 커뮤니티다. 현재 140여 명의 판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저작시기 : 2009년 8월

본문내용

법조계에 노동법을 연구하는 ‘법원 노동법 커뮤니티’라는
단체가 있다. 지난 2000년 설립돼 노동 판례 등 노동법 및 사건과 다양한 관련 지식을 온라인에서 주로 나누는 커뮤니티다. 현재 140여 명의 판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갈수록 다양화하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 노동 사건은 복잡성·전문성·다양성을 띈다. 이에 정확하고 발 빠른 판결을 내려야 하는 판사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커뮤니티는 이런 어려움을 자생적으로 해결하고자 마련됐다.사건과 관련한 정보와 판례 등 의견을 서로 나누고, 새로운 판례에 대한 분석, 연구 성과 등도 교류한다. 정확한 판결을 위한 이들의 노력이 다양한 곳에서 표출된다. 노동법 커뮤니티를 이끄는 민중기 회장(부산고법 제2형사부 부장판사)은 2005년~2007년까지 3년간 서울행정법원 노동 사건 전담부에서 재판장으로 근무하며 노동 사건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민중기 부장판사를 만나 노동법 커뮤니티의 A부터 Z까지 낱낱이 살펴봤다. ‘법원 노동법 커뮤니티’의 태생 배경 및 조직 구성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판사들의 모임인 노동법 커뮤니티는 2000년 김황식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현 감사원장)이 창설을 주도해 만들었습니다. 노동법 분야 연구와 논문 발표, 심포지엄 등으로 법관 개개인의 노동법 분야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연구 성과에 터 잡아 노동법과 관련된 재판 업무의 충실화·효율화·신속화를 도모할 목적으로 구성했죠.2000년 8월 경부터 회원 가입 신청을 받아 2001년 1월 창립 총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28명으로 시작했고요. 현재는 140여 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동법 커뮤니티는 매년 상반기에는 총회를, 하반기에는 노동법 분야 심포지엄을 엽니다. 일상적으로 사법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노동법 분야에 토론 및 특정 쟁점 질의 응답, 연구 논문 발표와 외부 자료 소개 등을 하는 게 주요 활동 영역입니다. 비상시적으로 2007년에는 ‘개별·집단적 근로 관계의 판례상 쟁점’이라는 주제로 법관 연수를 기획해 사법 연수원에서 실시했고, 지난해에는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와 ‘법과 노동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노동법에서 큰 주제인 해고·임금·쟁의행위와 관련한 지난 20년간 제도와 판례 변화에 대해 학계와 함께 깊이 있는 토론을 하고 관심과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졌으며, 올해에는 재판자료집 ‘노동법실무연구 제1집’을 주도적으로 기획·편집했습니다. ”법원 노동법 커뮤니티는 온라인에서 활성화해 있다는데 사이트가 없습니다. 일반인은 접근하기 힘듭니까.“법원내 온라인 커뮤니티는 수십 개입니다. 판사들이 전문 분야별로 회원 가입해 구성한 커뮤니티죠. 전문 분야라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습니다. 커뮤니티는 판사들이 모르는 부분은 질의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답을 구하고 참고 자료를 얻는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자기가 연구한 성과도 게시판에 게시하고, 선례적 가치가 있는 판결은 등록해서 다른 판사들과 공유하기도 하죠. 각 커뮤니티마다 질의 응답 자료 연구 논문, 참고 자료 판례 등이 축적됩니다. 이러한 자료 등이 사건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현재 커뮤니티는 노동·환경·조세·건축·행정 실무·민사 소송 구술 변론 커뮤니티 등 20~30개가 있습니다. 일부 커뮤니티는 중복 가입이 가능합니다. 저도 노동법 커뮤니티에 더해 행정 실무, 민사 소송 구술 변론 커뮤니티 회원 입니다. ” 민중기 부장판사님께서 커뮤니티에 참여하신 계기는.“2001년 창설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있으면서 형사, 근로 사건의 검토 보고를 담당했죠. 이때 커뮤니티와는 연구관 조장으로서 자연스럽게 관여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초창기라 (판사들이) 단체 가입하거나 의견 발표하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었습니다. 커뮤니티 회장은 수도권에 있는 고등 부장이 맡는 것이 관례 비슷하게 됐어요. 후임 고등 부장이 없으셨지요(웃음). 그래서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 제가 작년 3월 회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커뮤니티가 노동 사건 판결에 영향을 준 경우도 있습니까.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요. “‘영향을 준다’고 하면 부정적 뉘앙스로 다가옵니다. 커뮤니티 입장에서는 ‘도움을 받는 것’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네요. 창설 목적이 그것이었으니까요. 사실 현대 사건은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전문 지식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요. 서울중앙지방지법, 서울·부산고등법원 등에는 노동 사건 전담부가 설치될 정도니까요. 규모가 큰 법원에는 공동 연구·의견 교환이 가능하지만, 중소 법원은 판사가 자료 검토부터 판결까지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문 사건에 판사들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목적으로 커뮤니티를 설립했죠. 정리하자면, 사건 판결에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해결 과정에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인 셈입니다. 예를 들어 노동 관련 가처분·가압류와 관련한 판단하기 까다로운 사건이 있을 때 커뮤니티를 찾으면 (모든 판사는 커뮤니티에 접근 가능하다) 원하는 쟁점에 관련한 판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료가 없을 경우에는 게시를 통해 의견을 구합니다. 이때 다른 판사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이 답변으로 올라옵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건 처리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죠.”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부장판사님께서는 서울행정법원 노동 사건 전담부에서 재판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만큼 노동 사건 전문가로 손꼽히는데요.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면.“많은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그 가운데 몇 건을 꼽자면 우선 조종사 사건이 있습니다. 처음 발령받고 60일 지나가 버립디다. 심리 하다 보면 끝날 상황이었어요. 결국 소를 각하할 수밖에 없었죠. 긴급 조정 사건이었기 때문이죠. 당시 노사 교섭이 성공적으로 타결됐던 걸로 압니다(20 06.9.29 선고, 2006구합958 긴급 조정 결정 취소 사건, 소각하).재밌는 사건도 하나 떠오릅니다. 버스 운전사 징계 사건이었는데요. 징계 내용이 버스 운전사가 승객들에 불친절 이유로 사측이 내린 징계가 버스 드나드는 출입구에서 친절 봉사 구호 제창하는 것이었습니다. 징계 내용이 문제가 됐던 독특한 사건이었습니(2007.12.14. 선고,2007구합30987 부당 징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항소 기각 확정). 이외에도 해고시 서면 통보를 문자 메시지로 한 것은 부적법하다는 판결(2007.11.23. 선고, 2007구합17564 부당 직위 해제 재심 판정 취소)을 내린 사건, 중간 관리자를 통한 사실상 해고 통지와 이후 무단 결근을 이유로 한 해고의 적법 여부(2007.5.18.선고, 2006구합17390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상고 기각 확정) 등 맡은 사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향후 계획과 커뮤니티의 역할에 방점을 두는 부분은.“우선 법률 심포지엄 다양화 및 외부 학회 등과 교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노동법 연구를 촉진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매년 하반기에 개최해 온 법률 심포지엄을 계속하되, 노동법 성격에 비춰 외부 노동 관련 학회 등과의 교류가 필요하므로 법률 심포지엄 형태를 다양화해 한국노동법학회나 서울대 노동법연구회 등과 교류 및 합동 세미나를 추진하고, 강연이나 토론회 등으로 실무적 문제점을 듣고 접하는 기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두 번째로 자료 발간 및 축적에 관심을 가지려 합니다. 김지형 대법관께서 회장인 노동법실무연구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동법 주석서 발간 작업에 연구회 다수 회원이 집필진이나 토론자, 편집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는 그 지원 활동을 지속하고, 재판 자료집인 ‘노동법실무연구’ 후속 발간 작업 또한 계속할 것입니다. 이는 대법원뿐 아니라 하급심에서 선고되는 노동 관련 판결이나 결정 등이 사장되지 않도록 자료실에 집적해, 이를 기초로 한 법원 내외의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활동 또한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노동 사건 해결과 관련해 법관들이 실무적으로 궁금해 하는 부분을 회원들이 공유하고 일정 부분 그 답을 얻을 수 있도록 Q&A 공간을 더욱 활성화하고, 토론장을 이용해 노동법 관련 이슈에 좀 더 적극적인 토론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최근 대법원 연구용역팀 설문 조사 결과 ‘법관은 법률 지식보다 경험과 경륜이 더 중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장 판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사건 해결을 위해 1차적 사실 인정과 이에 따른 법률(이론)을 적용해야 하는 실무자로서, 법관은 후자에 주된 관심을 두는 이론가(학자)와는 다른 자질과 경험이 요구됩니다.물론 지식보다는 경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견해에 일부 동감합니다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사회의 온갖 이해 관계가 결부되다 보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거죠. 결국 지식과 경륜을 비교하자면 장단점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올바른 법관은 시대 흐름을 읽는 정확한 식견과 균형 잡힌 판단력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커뮤니티가 그런 데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노동 관련 사건수가 나날이 급증해 2007년 서울행정법원의 경우 2개 전담 재판부에 더해 1개 전담재판부를 증설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노동법원 설립 주장이 있는데, 부장판사님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전담 노동 법원의 설치를 고려한다 해도 시간은 걸리지 않겠습니까. 검토의 단추는 이제 끌렀습니다. 지난해 사개추위 간사가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관련해서 우리 커뮤니티도 (분분했지만) 의견을 전달한 적 있습니다. 저도 기본적 의견에 가담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노동위원회가 바로 그것이죠. 노동 법원이 설립되면 노동위원회 역할과 중복됩니다. 특히나 최근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실효성 확보를 위한 부당해고 등에 이행 강제금 제도(2007년 7월 시행)가 도입됐지 않습니까. 노동위원회 구제 절차를 정비한 마당에 노동 법원 설치는 옥상옥(屋上屋) 아니냐는 견해가 있습니다. 노동 법원 설립은 검토는 하되 기능(상당수가 조정 내지 화해로 사건 해결)과 역할(특히 부당해고 등 구제)의 재조정 검토가 선행돼야 합니다.”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세대·지역·이념(지지 정당)·빈부 등 차이로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평화적 분쟁 해결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실정입니다. 또 회색 지대에 선 중간자의 입지와 역할이 줄어 아쉬움이 많습니다. 노동 사건을 맡을 당시 노사가 서로 인정하지 않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자본주의 구조상 대립 관계는 인정하면서 서로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각자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쌍방이 전제를 인정하는 바탕에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럴 경우 노동 사건도 상당 부분은 해결되지 않을까요. 우리 노동 관계법에 노사 분쟁은 당사자 자율 해결을 원칙으로 합니다. 원칙만 지킨다면 소송 사건도 줄겠죠.”□취재 : 김종태 기자 jtkim@elabor.co.kr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