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박광일 과장은 “우리 임금체계는 일제 강점기는 물론 산업화 과정에서 일본 기업의 생산 및 관리방식을 차용하면서 일본 임금체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일본 임금체계의 형성 과정부터 살펴봤다. 그는 또 임금체계 개편논의가 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논의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이는 법률적인 개념 규정만으로 명확히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산업 현장의 노사가 급여 항목의 성격을 모호하게 정하고 있으면 사법적인 절차에 의한 판단을 구하더라도 그 성격을 구분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 때문에 통상임금 제도에 대해 어떤 방식의 제도정비가 이루어지더라도 임금체계를 합리화하는 노사의 노력이 전제되었을 때 실질적인 제도개선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작시기 : 2013년 8월

본문내용

박 광 일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장분기별로 지급되는 정
기상여금도 일률성과 고정성이 있는 경우라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판결(2012. 3. 금아리무진사건) 이후 통상임금 소송이 크게 늘었다. 통상임금 산입범위가 법령상 명확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니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법원의 판례와 행정해석의 차이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판례의 취지에 따라 해석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는 주장도 강하다.정부는 정기상여금 등에 대한 산업 현장의 운용실태를 조사하는 한편, 올해 6월 임금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임종률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구성해 전문가들의 논의와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필자가 요청받은 기고문의 주제는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한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정책방향”이지만 그 내용은 앞으로 임금제도개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기 때문에 이 지면에서 제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그동안 논란에서 간과되어 온 통상임금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짚어보고, 우리 임금체계의 원형인 일본의 임금체계와 비교해봄으로써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1.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왜 이렇게 복잡한가우선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왜 이렇게 복잡한가”라는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이 질문은 흔히 인사노무관리의 난맥상을 지적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통상임금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것이기도 하다. 복잡다양한 각종 수당의 존재가 ‘노동의 사전적 가치’를 뜻하는 통상임금의 산정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임금의 구성체계를 그 성격에 따라 보면 생활급(가족수당·주택수당·물가수당), 직무급(관리수당·직책수당), 직능급(자격수당·기능수당), 업적급(생산고 임금·상여금) 등으로 분류되는데, 통상임금 등 임금제도와 관련해 문제시되는 내역은 주로 생활급과 업적급이다.특히 임금이 생활보장적 부분과 근로제공의 대가로 교환되는 부분으로 구성된다는 이른바 ‘임금이분설’을 대법원이 폐기한 이후에는 복리후생적 급여를 평균임금과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판례가 이어지고 있고, 정기상여금 등에 대해서도 1임금지급기(최장 1개월)를 넘는 주기로 지급되더라도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경향이다. 따라서 우리 임금체계의 가장 큰 특징인 생활급과 업적급에 대해 그 형성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이 급여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결과적으로 임금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시사점이 있다.사실 우리 임금체계는 순전히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일본 임금체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제 강점기는 물론 산업화의 과정에서 일본 기업의 생산 및 관리방식을 차용하면서 임금체계 역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본 임금체계의 형성 과정부터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2. 일본의 임금체계 형성 과정일본에서 본격적으로 공업화가 진전된 시기는 메이지 후기(1905~1912)다. 당시 임금은 임업급(賃業給)이라 불리는 생산고 임금제가 널리 활용되고 있었는데 생산품의 수량에 따라 급여를 받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다이쇼期에 접어들어 제1차 세계대전 발발로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숙련공 부족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물가는 급등했다. 이 시기에 기업은 신규 학교졸업자를 채용하고 기업내 양성훈련을 통해 기간공을 확보하는 노무관리 방식을 도입하고 있었는데,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물가수당 또는 임시수당을 지급하거나 임시승급을 하는 방법으로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려고 했다. 노동이동을 방지하기 위해 근속수당을 주거나 근속에 따라 승급을 시키는 방법도 이 시기부터 사용되었다. 즉 생활급의 바탕이 되는 사고방식이 이 시기에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후에 생활급은 가족수당·연령급·근속수당 등의 형태로 민간과 정부부문 모두에서 자리를 잡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강화되었다. 1946년 전기산업노동조합협의회가 제시한 전산형임금체계(電産型賃金體系)를 생활급이 완전히 확립된 임금체계의 전형으로 보는데 그 구성은 과 같다. 생활보증급이 총급여의 63.2%를 차지하고 근속급 4.4%까지 더하면 67.6%가 생활보장적 성격을 가진 급여라 볼 수 있다.일본에서 생활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경제단체(日經連)를 중심으로 1950년대 중반부터 나타났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로 지불되어야 한다는 원칙하에 노동의 질과 양에 상응하는 능률급과 직무급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다. 당시 일경련은 “임금관리 근대화의 기본적 방향-연공임금에서 직무급으로”를 임금체계 개편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철강3사와 마츠시타전기 등에서 직무급 제도를 선도적으로 도입했지만 기본급 전체를 직무급으로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급은 연공성을 유지한 채로 직무급의 비중을 다소 늘리는 데 그쳐서 임금체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1960년대 중반 들어 일경련이 새로 들고 나온 임금제도의 역할은 “유능한 인재의 확보에 더하여, 종업원의 능력개발·능력발휘에 적정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직능급이 직능자격제도와 함께 제도화되어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1990년까지 5000인 이상 대기업의 77%에 직능자격제도가 보급되는 등 직무급에 비해서는 폭넓게 산업 현장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직능급이 순조롭게 도입된 이유는 전산형 임금체계와의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는 한편으로 직능급 체계의 약점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직능급 체계에서는 연령급과 직능급을 합해 기본급으로 하는데, 현실에서는 이 기본급이 연공급화하는 사례가 많았다.3. 한·일간 결정적 차이,‘ 상여금’버블 경제가 붕괴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새로운 지향점으로 제시되었다. 관리직을 중심으로 개인 업적을 연봉 결정의 기준으로 하는 연봉제가 확대되었고, 일반 사원에 대해서도 자동승급, 연공적 승격을 축소·폐지하며 인사평가에 기한 사정승급과 실력승격을 확대하면서 가족수당·주택수당 등 생활수당을 축소하는 것이다. 즉 속인적 요소에 기한 임금 결정을 약화시키면서 직무의 내용과 성과를 주된 결정요인으로 하는 방향이 었다. 최근까지의 상황을 보면 성과주의 임금의 확대로 연령급·가족수당·주택수당 등 생활급이 줄기는 했지만 관리직 이외의 일반 사원층에서는 직무급 체계에서도 표준적인 평가를 통해 35세까지 매년 승급하는 등 기본급에 연공적 요소가 커서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일본 임금체계의 경향을 보면 우리의 임금체계가 같은 흐름 속에 있고, 구성체계 역시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눈에 띄는 차이는 상여금이다. 일본에서 상여금은 에도시대 상인들이 일꾼들에게 오봉(お盆, 음력 7월 15일)과 연말에 코즈카이(小遣, 용돈) 또는 오시키세(お仕着, 작업복)를 나눠주던 풍습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지금도 일본 기업들은 거의 여름과 겨울에 두 번 상여금을 지급하는데, 소비지출이 많은 시기에 생활보전적 일시금의 성격이 강하다. 후생노동성 2012년 조사결과를 보면 여름과 겨울에 각각 평균 1.9개월분 급여(57~58만 엔)을 지급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지급조건, 지급률, 지급일이 정해져 있으면 법률상 임금으로 인정되지만 근로자의 근무성적 등을 고려해 지급여부 및 감액 등을 결정하는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상여금을 “정기 또는 임시로, 원칙적으로 노동자의 근무성적에 응해 지급되는 것으로 그 지급액이 미리 확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정의하며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다.우리나라에서는 1937년 유한양행이 상여금과 판매 인센티브로 200~600%를 연1회 지급한 것을 본격적인 상여금의 시초로 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상여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로 일반적으로는 직원·사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하고, 공원들에게는 떡값이라는 명칭으로 소액만 지급되었다. 1960년대에는 전종업원들에게 지급되는 사례가 확산되었고, 1970년대 들어 공공부문과 은행권을 중심으로 연400%를 분기별로 지급하는 형식이 정착되었다. 나아가 1990년대부터는 연600%를 지급하는 관행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노사교섭을 거치면서 지급기준과 지급시기도 고정성과 정기성이 차츰 강화되고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2000년 이후에는 변동상여인 성과배분제 도입이 크게 늘어났는데, 2012년 현재 민간근로자 전체의 특별급여 비중은 12.3%이고, 이 가운데 고정상여가 7.6%, 변동상여가 4.7%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일수록 상여금을 비롯한 특별급여의 비중과 규모가 큰 것도 특징이다.4. 노사간 임금체계 설계·운영 노력이 전제돼야이상과 같이 우리 임금체계의 특징을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통상임금 논란의 원인이 뚜렷이 나타난다.‘ 노동의 사전적 가치’로서의 통상임금을 구성하는 근간이 되어야 할 직무급과 직능급의 비중이 적은데, 기본급은 생활급적 성격이 짙고 업적급 중 상여금은 고정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임금체계하에서 임금총액 중 ‘노동의 사전적 가치’를 적절히 분리해내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법조계에서 ‘진정 가족수당’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처럼 일부는 진짜 생활급이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은 모두 통상임금이라 하기도 어렵다. 우리 근로기준법의 연장근로 등에 대한 가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서 기업에 매우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적절한 해법은 무엇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법률적인 개념 규정만으로 명확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의 노사가 급여 항목의 성격을 모호하게 정하고 있으면 사법적인 절차에 의한 판단을 구하더라도 그 성격을 구분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까닭이다. 따라서 통상임금 제도에 대해 어떤 방식의 제도정비가 이루어지더라도 임금체계를 합리화하는 노사의 노력이 전제되었을 때 실질적인 제도개선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노동의 사전적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로서의 통상임금이 구분되고 명확히 정해지기 위해서는 임금구성항목 중 생활급은 생활급답게 운용하고 업적급은 명확히 성과에 연동시켜야 한다. 노사가 어렵더라도 임금체계를 그 기능과 목표에 맞게 설계하고 운용하고자 노력할 때 통상임금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정년연장·장시간근로 개선·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현재 우리 노동시장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이루어지려면 산업 현장의 노사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대화하고 협력해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