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인문학에 열정을 쏟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책은 우리에게 지식과 통찰력을 그리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래서 인문학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테마 인터뷰 두 번째 순서로 《일본의 상도》와 《이병철 VS 정주영》의 논픽션 작가로 잘 알려진 홍하상 작가를 만나보았다.

저작시기 : 2011년 11월

본문내용

인문학에 열정을 쏟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책은 우리에게 지식과 통찰력을 그리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래서 인문학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테마 인터뷰 두 번째 순서로 《일본의 상도》와 《이병철 VS 정주영》의 논픽션 작가로 잘 알려진 홍하상 작가를 만나보았다.일본의 상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먼저 저희 집이 일본과 합작 사업을 20여 년 간 해왔기 때문에 일본에 관심을 안가질 수 없었습니다. 사업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차원에서도 그랬지만 온가족이 일본에 대해 관심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자연히 일본문물을 접할 기회도 많았고 그러다가 일본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일본의 상도에는 어떤 게 있는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요?우리나라에 개성상인이 있다면 일본에는 오오미(近江) 상인이 있습니다. 교토 옆에 비파호라는 서울시 보다 큰 호수가 있는데, 오오미상인은 그 비파호 주변에 1만2000명 정도로 구성된 다섯 개 마을의 상인들입니다. 이들은 모기장, 칠기 밥그릇, 모기약, 정종 이 네 개의 품목으로 일본을 재패했습니다. 이들의 철학은 일본말로 ‘세 군데가 좋다’라는 뜻의 산보요시(三方よし)라고 하는데 ‘사는 사람도 좋고 파는 사람도 좋고 세상에도 좋다’라는 것입니다. 오오미 상인의 철학과 우리나라 개성상인의 철학이 굉장히 비슷합니다. 오사카 상인들은 ‘돈을 물려주는 것은 하(下), 가게를 물려주는 것은 중(中), 사람을 물려주는 것은 상(上)’ 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교토와 거리가 한시간정도 밖에 되지 않는 데 이렇게 다릅니다. 이런 일본상도의 철학을 한마디로 하면 ‘신용’입니다. 손님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손님으로부터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이는 동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긴자상인도 좋은 물건을 비싸게 팝니다. 그런데 이 저변에는 우리가 물건을 비싸게 팔지만 물건을 사용했을 때 절대 후회하게 하지 않는다는 신용이 깔려있습니다. 일본의 상인은 크게 도쿄 상인, 교토 상인, 나고야 상인, 오사카 상인, 오오미 상인으로 분류됩니다. 이들이 일본경제의 주역입니다. 나고야 상인은 돌다리인지 나무다리인지 두드려보고도 건너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에 반에 삼성전자의 경우 돌다리든 나무다리든 건너고 본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의사결정이 그만큼 빠르기 때문에 반도체, LED, LCD에 모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일본의 나고야 상인들은 두드려보고도 안 건넌다는 것입니다. 도전이나 모험심이 거의 없고 완전히 120% 승산이 있을 때만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보수적인 경향이 있지만 대신에 망한 기업은 없습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나고야 식(式) 금리’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다른 곳보다 나고야의 대출금리가 약간 낮습니다. 그 이유는 나고야 관내에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 약 460여개가 있는데 너무도 보수적으로 경영을 하기 때문에 망한 기업이 없습니다. 따라서 돈을 빌려줘도 떼일 염려가 없다는 뜻으로 ‘나고야 식(式) 금리’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나고야 사람들은 빚을 지고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가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빚 없는 기업이 워낙 작은돌이 경영을 하니 초우량기업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교토상인들은 기업을 할 때 100년 이상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출발을 합니다. 당대에 승부를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3대 이상은 가야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00년 이상 된 가게가 1600여개나 있습니다. 이곳에는 1200년 동안 부채를 만들어 팔고 있는 가게도 있습니다. 선풍기,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시대에 무슨 부채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들은 부채를 기능적인 측면으로만 보질 않고 예술적인 면으로 보고 예술품을 만들었습니다. 부채의 원가가 2만원 정도 되는데 여기에 일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니 그 가치는 500만원, 1000만원 그 이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 부채를 사다가 안방에 걸어놓습니다. 부채하나의 크기가 2미터나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것은 그 자체가 예술이기 때문에 몇 천 만원이나 됩니다. 이들은 최고의 물건을 만들고 비싸게 팝니다. 이것이 교토사람들입니다. 교토사람들은 싼 물건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좋은 물건만 하나 사고 맙니다. 이것이 교토의 정신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정신들이 고급지향 혼모노(ほんもの本物) 지향으로 나왔습니다. 고급화하다보니까 물건 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졌습니다. 대신 그 물건을 사면 100년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살 때는 비쌌지만 100년이나 쓸 수 있다면 이미 그 물건은 비싼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교토는 혼모노 지향으로 지역별로 차이가 납니다. 기술과 서비스 부분은 어떻습니까? 1000년 전부터 일본에는 교토 식(式) 경영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왜 이런 말이 나왔는가하면 최근 잃어버린 불황 20년 동안에 ‘도요타’나 ‘소니’가 다 흔들렸는데 반해 교토에 있는 기업들만 일제히 연간 30% 이상이나 매출이 신장했고 이익도 많이 냈습니다. 32개의 기업인데 이를테면 교세라, 닌텐도, 옴논, 니치콘, 포리바제작소, 시마즈제작소 같은 회사들입니다. 시마즈제작소 같은 경우 주임 연구원이 노벨 화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왜 이들이 그렇게 약진을 했을까요? 교토 상인은 기술이 최고이면서 최고의 물건을 지향합니다. 교토의 기업인들은 이 지구상에 없는 물건을 만드는데 주력합니다. 그러니까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정신이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지구상에 없는 물건을 만든다는 것으로 발전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닌텐도 게임기 같은 이 세상에 없었던 것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교토의 기업들이 다 그렇습니다. 남이 만든 것을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없던 것을 처음으로 창조해 냅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당연히 신제품이 나왔기 때문에 히트를 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 1위의 물건을 만들어내다 보니까 이러한 정신이 선순환되면서 사람들의 상상력이 굉장히 자유분방합니다. 나고야는 보수적이다 보니 세계 최초의 제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토는 세계최초의 제품이 나옵니다.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다보니까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 경영방식도 진기명기가 많습니다. 일예로 실패를 해도 좋으니까 도전하게끔 지원을 합니다. 그래서 물건이 나왔는데 실패를 할 경우 담당자가 징계나 사표를 내는 것이 아니라 휴일에 회사의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 벌입니다. 그리고 성공을 할 경우는 인센티브 외에 사장과 골프 라운딩을 하게 해줍니다.우리가 본받을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우리는 경영자 출신이 사장이 됩니다. 교토의 기업은 대부분 기술자 출신이 사장입니다. 기술의 깊이를 알아야 회사가 발전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기술을 베이스로 한 다음에 경영이 되는 것이지 경영이 있고 기술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영과는 다릅니다.우리나라의 경영자들은 기술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르는데 그들은 기술을 깊이 이해하기 때문에 여기에 경영을 배워서 접목시키니까 초일류제품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람을 다루는 방법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영자들의 마인드는 어떻게 다른지요?사람을 다루는데 있어서 일본이 훨씬 엄격합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헐렁한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복장이 자유롭지만 일본은 지금도 복장자율화를 안합니다. 일본이 자유로워 보이지만 회사에 들어가면 전부 유니폼을 입습니다. 우리는 대기업도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기도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공격목표를 항해서 제복을 입고 군대처럼 돌격하고 있습니다. 자율화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우리의 방식이 전부 옳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전사원의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때는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지휘 서열이 분명한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최근의 일본 경영이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앞선 것인가는 2~30년 더 세월이 흐른 뒤에 판명날 것입니다. 다만 일본은 과거 메이지유신부터 150년간 경영을 해왔는데 현재까지는 그들의 경영방식이 세계시장에 통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안통하고 있는데 이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우리한테 지는 것을 보면 일본도 반성할 점이 생긴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겉으로 봤을 때는 졌다고 하지만 속으로 봤을 때는 일본이 여전히 압승하는 구조입니다. 단적으로 지금 우리나라가 잘 나가고 있는 반도체, 휴대폰, LED제품 속에 일본회사의 부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 있는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휴대폰의 3대 요소인 액정화면, 모뎀, 구동 드라이브 칩 3개 중에서 구동 드라이브 칩은 일제입니다. 모뎀은 미국의 퀄컴이 독과점이고 삼성은 LCD창을 만드는 것이 전부입니다. 현재 휴대폰 부품의 15%가 일제입니다. 또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이지만 반도체를 깎는 웨퍼장비나 부수적인 장비는 일본 아니면 네덜란드 제품입니다. 반도체를 아무리 많이 생산하면 뭐합니까. 그걸 만들 수 있는 장비 자체가 일제인데 말이죠.지금 돈을 누가 벌고 있는가 하면 일본사람들이 소리 소문 없이 다 벌고 있는 것입니다. LED TV를 만드는데 사파이어 가루를 태워야 하는데 이 가루 태우는 장비는 일본의 ‘아사히그라스’ 아니면 ‘스미토모화학’의 것입니다. 이것을 수입하지 않으면 LED나 LCD를 만들 수 없습니다. 자동차를 만들어 팔아야하는데 자동차의 가장핵심적인 부품인 기어변속기도 일제입니다. 심지어 화상탐사선도 미국 나사에서 쏘아 올렸지만 그중 핵심부품의 15%는 일제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세라믹 외장제로 유면한 ‘교세라’를 들 수 있습니다. 탐사선 발사 시 온도가 1500도라는데 쇠는 다 녹아버립니다. 결국 녹지 않는 세라믹으로 전체를 도장해야하는데 이 기술을 일본의 교세라가 갖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데 우리가 일본을 이겼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의 기술은 그냥 축적된 것이 아닙니다. 일본은 100년 이상 된 가게가 10만개가 넘습니다. 독일은 100년 이상 된 기업이 88개입니다. 독일이 자동차, 광학 카메라 분야의 강국이었지만 일본에게 그 자리를 내주지 않았습니까. 독일은 철강과 자동차 밖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가 있는데 자동차 부품의 절반도 일본에게 다 빼앗겼습니다. 나고야에 있는 ‘덴소’라는 자동차부품회사가 현재 최고인데 이 회사 제품을 채용하지 않는 회사가 없을 정도입니다. 조만간 새로운 작품이 나올 거란 얘기를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지요?고종 대 메이지 44년간의 대결을 쓴 작품입니다. 고종과 메이지는 1852년생이고, 차남이고 44년간 국가를 통치했다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사람은 국가를 망하게 했고 한사람은 국가를 반석에 올려놓고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고종이 무능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었는지 이를 분석하는 책을 쓰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종은 유능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임진왜란의 피해가 너무 컸습니다. 임진왜란 때 도자기부터 금박, 동재련, 은재련 등 우리나라 각 분야의 기술자가 모조리 일본으로 끌려갔습니다. 따라서 조선에는 기술 공황상태가 오게 되었습니다. 무작위로 끌고 간 것이 아니라 전쟁 전에 이미 우리 기술자들에 대해 파악하고 각 분야별로 계획적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교토의 5개 절의 승려들로 꾸린 팀은 서적약탈을 담당했습니다. 승려들이 한문을 잘 알기 때문에 서적약탈을 담당했고 5대 사고(史庫)중 하나인 성주사고(星州史庫)를 다 털어갔습니다. 기술자 납치고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도공 4000명을 끌고 갔고 은재련, 동재련 기술자들을 다 데리고 갔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임란 후부터 은재련, 동재련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을 합니다. 그리고 10~15살 정도의 포로를 잡아가서 노예로 썼습니다. 일본이 이정도로 정밀하게 가져갈 물건들을 조사해서 계획적으로 약탈을 해서 나라를 계속 발전시킨 반면우리나라는 기술자 공황상태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런 기술자 공황상태에서 그 후로도 계속해서 무능한 정권들이 들어왔고 실학파들이 공업과 상업을 중시하자고 1778년에 박재가가 주장을 했지만 묵살됐고, 1800년도에 실학파가 완전히 몰락하고 다산 정약용이 귀향을 가게 된 이후로 조선에서 실학파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순조가 11살에 집권을 하게 됩니다. 이후 헌종이나 철종은 무능한 임금이었습니다. 그래서 국가 경제나 공업, 상업을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국가가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반면 일본은 끌고 간 도공에게 도자기를 굽게 해서 이 도자기를 동인도회사를 통해서 유럽에 수출했습니다. 동인도회사가 1602년에 자카르타에 처음으로 본부를 냈는데 이 회사의 네덜란드인들이 나가사키에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만듭니다. 이 지점을 통해서 1657년에 수출하기 시작해서 59년도에는 약 30만개의 도자기를 수출했습니다. 이를 통해 100년간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됩니다. 반면 한국은 도자기 산업이 침체기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결국 고종이 정권을 물려받던 1874년 무렵 조선은 산업과 공업이 거의 제로 상태였고, 앞 정권의 부실한 국가경영으로 거의 빈사상태였습니다. 국가를 경영하려는데 돈이 없으니까 김옥균 등에게 차관을 해오게 합니다. 당시 고종의 경제 규모는 일본의 11분의 1이었습니다. 규모면으로 비교가 안됐습니다. 그래서 앞선 정권의 누적 적자 때문에 차관을 요구하는데 이 또한 거절당합니다. 결국 패망의 길로 가는 상황인데 고종이 통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일환으로 44년 동안 서울시장을 385명이나 교체합니다. 하루살이 시장도 많았는데 이것은 고종이 직접 돈을 받고 팔아서 통치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젊은 사람들에게 하고 조언을 한다면?산업인력공단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취업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해놓고 있습니다. 저는 젊은이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활용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현재 이태리 양복 브리오니가 한 벌에 1500만원 정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양복은 롯데호텔 지하에서 200만원 밖에 안합니다. 브리오니 양복점에 기술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한국 사람이 있다고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물론 잘 받아주질 않겠지만, 문제는 브리오니 회사에 일본사람들은 벌써 들어가 배우고 있습니다. 또 한 켤레에 800만원하는 아테소니구두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구두인데 일본사람들은 벌써부터 그곳에서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왜 한국엔 그런 젊은이가 없을까요. 긴자에 가면 하마노 라고 하는 가죽슬리퍼공장이 있습니다. 이 주인은 하루에 슬리퍼를 두 켤레밖에 안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슬리퍼는 한 켤레에 50만원이나 합니다. 일본의 상류층들은 비행기 일등석을 타면 서비스로 제공되는 공짜 슬리퍼를 신지 않습니다. 본인 슬리퍼를 가지고 다니면서 신습니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식당에서도 자신들의 젓가락을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합니다. 또 일본의 어느 사진작가는 유럽을 다니면서 처마 밑의 등만을 사진으로 찍어서 책을 냈습니다. 각 가정집마다 주문제작으로 등을 설치했는데, 가정집이나 공공건물이나 상가의 개성이 드러나 있으며 똑같은 등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일전에 화장실협회 세계총회 모임에 간적이 있었는데 마침 일본인이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명함을 주고받았는데 화장지 연구가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처음엔 화장지를 연구할 것이 뭐가 있나하고 물어보았더니 전 세계에 똑같은 화장지는 하나도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길이도 다르고 재질도 다르고 폭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얼마나 연구했는지 물어 보았더니 45년간 해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분야별로 세분화해서 다양한 연구를 일본사람들은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보수리다 하면 종류가 참 많습니다. 철, 나무, 종이, 도자기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국보가 있습니다. 오래되면 수리를 해야 하는데 기술자가 필요합니다. 세세하게 아주 다양한 분야의 기술자가 필요한데 이쪽으로 잘 되어 있는 나라가 이태리와 일본입니다. 그만큼 도전하는 젊은이가 많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굉장히 넓고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좀 다양한 생각을 하고 꿈을 가지라고 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가서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생각으로 도전을 하면 월 200만원의 급여를 받더라도 그 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단기에 승부를 보려하지 말고 적어도 한 가지 일을 하려면 그 일에 최소한 10년 이상은 매달려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0년 하면 밥은 먹고 20년 하면 돈이 벌리고 30년 하면 명장이란 소리를 듣고 40년 하면 대가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무엇이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일본은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초하나 가지고만 몇 백 년 연구한 집이 있고, ‘이치하라’ 젓가락 가게처럼 젓가락만 270년, ‘주산야’ 처럼 머리빗만으로 130년, ‘하루야’ 처럼 이쑤시개만으로 308년을 이어온 가게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75살까지는 계속 책을 쓸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상도가 거의 정리 단계에 있는데 일본의 상도를 끝내면 중국의 상도를 거쳐서 스코틀랜드의 상도 그다음 인도의 상도, 아라비아 상도로 이동하면서 집필을 할 것입니다. 중국은 이미 20년간 수도 없이 다녀왔고, 스코틀랜드도 앞으로 다녀오려고 하는데 중국 상인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면 스코틀랜드 상인에 대해서 쓰고 싶은데 이 스코틀랜드 상인이 세운 대표 회사가 홍콩에 있는 홍콩 상하이 뱅크입니다. 스코틀랜드 상인들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큰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었는지를 연구하러 영국에도 다닐 계획입니다. 박창배 편집장 editor@hrinsight.co.kr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