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 정의를 보면 지식사회, 창조경영이 중요한 지금 경영에 있어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 눈치 챌 수 있습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땅이, 산업 사회에서는 기술과 공장이, 지식사회에서는 지식을 창출하는 사람이 핵심입니다. 다시 말해서 떡을 키우는 원천이 ‘사람’으로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경영의 대상도 사람이요, 경영의 주체도 사람이라는 것에 완전히 동의하실 겁니다. 따라서 사람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떤 것에 감동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저작시기 : 2012년 4월

본문내용

배보경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전 대외협력실장/교수bkbae
@igm.or.kr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 정의를 보면 지식사회, 창조경영이 중요한 지금 경영에 있어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 눈치 챌 수 있습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땅이, 산업 사회에서는 기술과 공장이, 지식사회에서는 지식을 창출하는 사람이 핵심입니다. 다시 말해서 떡을 키우는 원천이 ‘사람’으로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경영의 대상도 사람이요, 경영의 주체도 사람이라는 것에 완전히 동의하실 겁니다. 따라서 사람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떤 것에 감동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 시대의 아이콘 스티브잡스가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애플의 전부를 걸겠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게다가 우리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근원적인 것을 연구할 여유도 없었고, 서구기업의 사례를 학습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우리 기업과 우리 사회는 독자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정립해야 하는 위치에 와 있습니다. 벤치마크 대상이 없어진 지금은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 등에서 나온 혜안과 통찰력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은 바로 여기에 도움을 줍니다. KAIST에서 경영자교육과정을 맡았던 처음 2003년에는 단순히 부드러움과 여유와 재미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이 유익함과 동시에 재미를 줄 수 있으려면 어떻게 차별화가 되어야 할까를 생각했습니다. 학교에 오시는 경영자 분들에게 경영자 과정을 운영하면서 솔선수범 ‘새로운 가치의 창출’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이 저의 숙제였습니다. 왜냐하면 교육은 사람의 생각, 마음을 바꾸는 것에 더하여 배우는 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경영 현장의 일선에 있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수업에 오는 기업에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더욱 그러하여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것이 KAIST에서 경영자교육과정을 새로 담당하기 시작한 2003년이나 9년이 접어드는 지금 한결 같은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경영에 인문학과 예술을 더하다이를 위해 2003년 KAIST 에 부임하자마자 첫 번째로 시도한 것이 경영자과정생들이 서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자리와 토론 식 수업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눈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것의 실천이었습니다. 과정생들이 생각을 정리하고 가지고 있는 생각을 서로 나눌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업 전에, 쉬는 시간에, 수업을 마치고도 남은 얘기를 편안히 나눌 수 있는 경영자과정 라운지와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계단식 교실을 만들었습니다. 라운지에는 편안하게 여유롭게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소파를 마련하고 그림을 벽에 걸고, 커피와 차와 과자와 과일을 배치했습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바닥에 카펫도 깔았습니다. 이글이글한 모습이 아니라 단아하지만 편안하고 세련된 모습을 띤 모두가 즐기는 라운지와 교실이 탄생했습니다. 많은 기업에서 여러 학교에서 심지어는 혁신을 실천하는 공공기관에서도 사진을 찍어갔습니다. 8년이 흐른 지금도 그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도한 것이 교육과정과 과정행사에 조심스럽게 인문학과 예술영역의 내용을 조금씩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급격한 변화는 저항을 가져오기에 아주 조금씩 진행했습니다.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행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선 만들어 놓은 라운지에, 수업 시작 전과 쉬는 시간에 교실에도 그 날의 주제와 관련된 음악을 틀었습니다. 원하는 사람들은 알 수 있도록 음악과 연주자에 대한 설명을 비치했습니다. 행사 전과 후에 유명 작가의 작품과 음악을 접목한 영상을 제작해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사진작가 구본창, 김영갑님께 허락을 받아 그들의 작품에 정수년의 곡에 거문고 연주를 입혀 영상을 만들어 상영을 했습니다. 조찬 행사에도 당일 강연과 관련이 있는 내용의 연주를 연주자를 초대하여 직접 들었습니다. 새해 들어 처음 시작하는 조찬에서 어린이 중창단이 출연해서 ‘아빠 힘내세요’를 연주해서 박수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식사 시간에는 놓치고 싶지 않은 훌륭한 팝, 클래식 연주 영상을 틀었습니다. 저와 함께 경영자과정을 운영하는 직원들이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프로들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스스로 즐기는 친구도 생겼습니다. 또한 해외 연수를 과정에 포함했습니다. 그리고 현지 대학 교수의 강의와 기업방문에 더하여 그 지역의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 답사를 넣었습니다. 대강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학예사나 관장의 특별한 설명을 준비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대강 훑어보고 유명 작품 앞에서 사진만 후딱 찍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는 분들도 계셨지만 끝까지 열심히 듣고 감상하고 느끼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숫자가 점점 늘었습니다. 각 과정의 교육기간, 내용, 사전 지식의 정도를 고려하려고 하였습니다. 유명 미술관에서 시작한 것이 구체적인 미술관 방문까지 확장되었습니다. 미호 미술관, 사가와 미술관, 모리 미술관, 산토리 미술관, 나오시마 지중미술관, 프라도뮤지움, 메트로폴리탄 뮤지움, 프릭 미술관…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물론이고 구스타보두다멜의 연주까지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인문학 영역과 새로운 과학 기술 강의도 특강의 형식으로 2004년부터 한 두 강좌씩 배치했습니다. 처음에는 “경영교육에 무슨~”이라는 반발이 여기저기에서 있었습니다만, 초빙한 훌륭한 강사 분들께서 이 반발을 잠재워 주었습니다. 사진작가 구본창, 정연두, 영화평론가 이승재, 오페라 해설가겸 정신과 의사 박종호, 미술평론가 이주헌, 신학자 연세대학교수 김상근, 심리학자 연세대학교수 황상민, 생물학자 이화여대 교수 최재천, 뇌과학자 KAIST 교수 정재승, 통계물리학자 KAIST 교수 정하웅, 휴보를 개발한 KAIST 교수 오준호, 나노의 대가 KAIST교수 정하웅, 창작판소리 대가 임진택을 비롯하여 지금은 모두 기업에서 특강 강사로 서로 모시려 하는 분들입니다. 김상근 교수는 ‘방송인’이라 불러달라며 농담까지 합니다. MBC와 KBS의 히트 예능프로의 PD도 바쁜 틈을 내어 강의에 참여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초빙하지는 않았습니다. 각 과정의 내용과 관련성의 고려를 중심에 두었습니다. 사람이 경영의 중심에 있다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보게 된 것은, 경영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사람이 무엇이며,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알아야 하고, 또한 알고 싶고, 알아야 하고,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일간지에서 논어와 플라톤이 요즈음 인기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중용’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정리를 했습니다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경영에 있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기에 동양과 서양의 사상의 대표들을 이해하고자 함이라 봅니다. 소설가 성석제의 에 대한 소감을 이 글의 마무리로 인용하고자 합니다. ‘문호의 작품이라고 해서 재미가 없는 게 아닙니다. 대표작이라 해서 엄숙하게 큰 줄거리만 이야기할 뿐 세세한 묘사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작품이든 작은 물방울 하나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요. 물방울이 모여 샘이 되고, 샘물이 개울물이 되면 개울물이강물이, 강물이 바닷물이 되고 마침내 수증기가 되고, 저 높은 곳에서 구름으로 떠돌다 다시 비로 변신하듯 말입니다. ’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