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아내강간의 실태가 심각함에도 가정이라는 울타리내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들어 처벌이 쉽지 않고, 형법 현실에서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열려 있지 않음으로 이에 대하여 다른나라의 사례 등을 조사한 자료입니다.

저작시기 : 2005년 2월

목차

I. 서론
II. 아내강간의 유형과 원인
III. 아내강간 부정설의 타당성 검토
IV. 입법론
V. 결론

본문내용

아내강간과 성적자기결정권
i.서론
범죄나 비행은 사회나름의 독특한 역사적, 문화적 및
사회적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각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한다.주요범죄의 발생율을 국제적 수준에서 비교해보면, 한국은 범죄 발생율이 상당히 낮은 나라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이 매우 높은 발생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주요범죄율을 중심으로 보면, 일본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범죄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은 일본에 비해서도 범죄 발생율이 더 낮은 편이지만, 강간(성폭력) 범죄율에 있어서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다.전체적인 범죄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강간발생율만이 유독 높다는 것은 한국사회만의 매우 독특한 범죄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굳이 국제간 공식통계비교자료를 들지 않더라도, 현재 한국사회에서 성폭력 발생은 남녀간의 균형적 관계발전을 저해하고 왜곡시킬 정도로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강간이란, 우연히 낯선 남자로 하여금 품행이나 외모가
방정치 못한 여성에게 발생할 수 있는 범죄라는 종래의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실제 강간은 아는 사이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하며, 낯선 사람으로부터 당하는 일반강간에 비해 너무도 잘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강간의 경우 피해자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크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특히 가장 친밀하고 중요한 존재이어야 할 배우자에게 당하는 강간이 피해여성에게 일반강간을 당한 여성들보다 더욱 큰 상처를 주고, 많은 피해자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그러나, 결혼의 의무가운데 하나가 성관계라는 것을 전제하여 남편이 아내를 강간하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오히려 강간을 주장하는 여성 즉, 아내에게 질책이나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오는 이도 있다.
이러한 실태에도 불구하고 아내강간과 관련하여 우리 현
행 형법은 강간죄의 객체를 단순히 부녀라고 규정했을 뿐, 혼인 내인지 외인지 여부는 묻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법학계의 다수설은 부부관계의 특수성이라는 관념을 들어 아내에 대한 강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다.또한 가정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 역시 가정폭력범죄에서 강간죄를 제외시키고 있고, 성폭력특별법 제 7조는 친족에 의한 강간을 처벌하고 있으나, 그 친족의 범위에 배우자를 포함시키고 있지 않아, 우리 형법현실에서 아내 강간 피해자가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열려 있지 않다.
ii.아내강간의 유형과 원인
최근 들어 가정폭력 특히 부부폭력 전반에 대한 연구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증대와 함께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그러나, 부부간 폭력의 주요 하위영역인 부부의 성폭력 문제, 즉 아내강간(wife rape) 문제는 사회적 의미가 축소되고 외면되어 온 것이사실이다.
아내 강간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
는데,
첫 번째 강압적 강간(force only rape)은
세 유형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난폭한 형태의 부부성폭력이다.신체적 구타가 동반되지 않고 아내의 강한 거절의사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것이다.이러한 강압적인 강간에 아내가 완강히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남편의 행동에 강하게 저항했을 경우에 야기될 수 있는 신체적 폭력에 대한 아내의 두려움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실제로 아내강간을 경험한 여성을 대상으로 campbell과 alford가 조사한 대상자(115명)중 약 절반(49.6%)이 성행위를 거절하면 남편이 때릴 것이라는 위협을 느꼈다고 보고하고 있다.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강간죄 성립에 필요한 폭행 협박의 요건을 고려할 때, 그 요건의 타당성은 변론으로 하더라도, 이러한 유형의 아내강간은 우리 나라의 형법의 처벌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두번째 유형의 아내강간은 아내구타 강간(batteri
ng rape)이다.이 경우 심하게 구타당한 결과로 눈멍, 괄, 머리에 피뭉치엉킴, 그리고 칼자국 상처등을 남긴다고 보고되고 있다.미국에서는 적어도 1/3이상(36.7%)의 여성이 실제로 성행위를 거절했다고 남편에게 구타당하였다고 하였고, 아내강간을 경험한 여성 중 약 13%는 남편이 총, 칼, 기타무기 등으로 위협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구타와 강간을 함께 겪는 여성들은 빈약한 신체이미지와 낮은 자아 존중감 문제로 더 고통받게 된다.
세 번째 유형은 가학적 강간(sadistic rape
) 이다.신체적 폭력을 동반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착적(perverse) 행동이나, 고통을 주는 행위가 포함되는 경우로서 포르노그래피를 가학적 아내강간행위자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아내에게 제3자와의 성행위를 강요하고, 남편 자신은 지켜보는 행위와 같은 가학적 강간행위와 몸을 끈으로 묶는 행위도 가학적 강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보고되고 있다.아내강간개념을 이해할 때 강압에 의한 성기삽입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원치않는 강압적 행위가 포함되어야 된다는 주장은 단순 지인강간에서보다 결혼관계 속에서 원치않는 오럴섹스나 애널섹스를 실제로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뒷받침된다.또한 우리나라에서 아내강간의 발생정도를 살펴보면, 남성응답자들 중 약 43.4%가 지난 2년동안 실제로 어떤 유형이든지 아내강간을 행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여성응답자들 중 약 35.8%가 실제로 남편으로부터 강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변하였다.아내강간의 유형별 발생 정도를 살펴보면 강압에 의한 강간이 가장 많이 행해지고 있으며(35.4%), 구타동반강간(12%)과 가학적 강간(10.4%)과 같이 상대적으로 행동특성이 심각한 형태의 아내강간도 10명 중 1사람 이상이 실제로 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전체 강간 피해자 중 6%는 자녀가 보는 앞에서 심한 폭행을 당하고 강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러한 배우자 강간을 조장하거나 촉진시키는 우리사회의 요인들로는 먼저, 결혼관계에서의 성행위를 법적 권리로 생각하여 섹스를 관계가 아닌 권한으로 생각하는 데 원인이 있다.합법적인 결혼제도 안에서 성행위를 남성에게는 권한이고 여성에게는 의무로 받아들이는 사회의 태도는 아내의 정서와 자아존중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강압적인 성폭력을 남편이 쉽게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게 하고 있다.또한 부부간의 강간은 통제를 위한 하나의 형식으로 일어나는데, 남편이 성폭력이 아내에 대한 남편의 자신의 힘과 통제를 행사하려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이 아내강간 피해여성들의 대부분의 경험에서 드러나고 있다.부당한 권력은 궁극적으로 폭력을 통해서만 행사될 수밖에 없다.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 성폭력은 단순히 성 문제가 아닌 바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의 표현이라는 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특히 결혼관계에서 성적 행동의 주도를 남성의 특권으로 간주하는 사회분위기가 여성을 지배하려는 통제수단으로서 남성들에게 난폭한 성의 활용을 더욱 용이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iii.아내강간 부정설의 타당성 검토
아내 강간 처벌을 부정하는 입장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
어 볼 수 있는데 아내 강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는 전통적인 입장과, 아내 강간의 개념은 인정하나 법의 개입 즉 처벌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1.부부관계의 특수성
우리나라 통설은 대부분 부부관계의 특수성이라는 모호한
관념을 들어 부부간의 강간을 부정하고 있는데, 부부관계의 특수성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모두 언급하지 않고 있다.다만 민법상 부부의 동거의무(민법 제 826조 1항)는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를 내포하는 것이며, 성생활의 결함이 이혼사유가 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처에 대한 강간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물론 결혼한 당사자에게는 성적 충실 의무가 포함된 상호충실의무가 있다.그러나 여기에 폭행, 협박에 의한 성관계의 수인의무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며, 민법상의 동거의무에 강간수인(受忍) 의무가 포함되지는 않는다.부부관계의 특수성이라는 것을 상대의 의사를 제압하고 폭력으로 성행위를 강요할 만한 특수관계에 있다고 파악하는 것은 가부장적 사고에 기초한 법 해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따라서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결혼한다고 해서 성적 자기 결정권이 없어지거나, 훼손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혼인의 프라이버시
아내강간의 면책을 정당화했던 전통적인 코몬 로 이론이
폐기된 이후 새롭게 등장한 것이 혼인의 프라이버시 이론이다.이것은 성관계와 같은 내밀한 부부간의 관계는 혼인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며, 사생활의 권리는 너무나 근본적인 것이어서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대해서 법체계가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이론이다.성폭력을 비롯한 여성문제의 상당부분이사실상 사적인 관계와 가족에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의 공/사 구분의 논리로 인하여 이 문제들이 오랫동안 방치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과거에 시장이나 정부의 공적인 영역으로부터 제외된 여성들은 그들의 일차적 책임(즉,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과 가정을 돌보는 일)을 이행하도록 사적 영역에 제한되어 있었다.이같이사회를 남성의 공적영역과 여성의 사적 영역으로 분리시키는 것은 생산절차가 가정밖으로 이동하게 된 19세기에 더욱 두드러졌는데, 여성들이 임금을 받는 노동력 분야에 들어가게 된 이후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가정에서의 역할의 미화를 통해 그들의 직장에서의 기회와 소득력이 제한되었다.오늘날조차, 공적인 영역에서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사적인 가정의 영역에서 그들이 갖는 의무들에 의하여 제한된다.
반면 법질서는 여성들이 속해있는 사적 영역과 관련해서
보다 미묘하게 작용하여 왔다.근대법의 자유주의 사상은 국가의 공적 간섭이 미치지 않는 개인의 사적 영역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법률은 공적인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사적 영역을 격리해놓고 사적영역에는 자율이 지배하며 그에 대한 법적 규제를 해서는 안된다고 믿었다.이러한 사상은 결과적으로 사적 영역에 속해있는 여성들을 법의 보호에서 배제하는 역할을 하였는데, 실제로 이러한 의미에서 법은 가정으로 대표되는 사적 영역에서 눈에 띌 정도로 부재한다.공적영역에서 법적으로 심리되어야 할 분쟁과 사적 영역에서의 분쟁간의 근본적인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가정에서의 부부간, 부모와 자녀간의 부당한 대우는 법이 간섭할 필요가 없는 개인적인 갈등으로 취급되어 아내나 자녀에 대한 폭력, 학대에 대해 국가나 법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져 왔다.법이사적영역에 부적절하다는 인식은 현대에 와서도 가족간의 분쟁은 정식 법절차보다는 중재에 의한 것이 더욱 적절하다는 인식이나, 정부가 가정의 영역을 통제하지 않는 것은 법이 가족영역에서 연루되는 감정적 관계를 간섭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것은 근거로 정당화되어 왔는데, 이러한 논리는 법이 요구되는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법적 구제는 가족간의 화합이 깨졌을 때 요구된다.가족의 일원들은 화합적인 관계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할 때까지는 법적 주장을 하지 않는다.이렇게 사적 영역을 따로 구분하고 법이 개입하지 않는 영역으로 취급함에 따라서, 남녀간의 성관계는 가장 사적인 일로서 국가나 법은 그에 관해 강력한 범죄의 결과가 먼저 드러나지 않는 한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해왔고,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가 오히려 여성억압을 조장해왔으며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움을 희망하는 여성들의 손길을 뿌리치는 작용을 해왔다고 여성주의자들은 비판한다.물론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법질서의 개입은 언제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마땅하다.그러나 혼인은 강간면허가 아니며, 가정은 남편을 위한 치외법권지대가 아니며, 혼인의 프라이버시보호는 부부간의 동의에 의한 행위에 적용되는 것이지, 성적 폭행에까지 프라이버시 보호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타당할 것이다.최근 성폭력의 실태분석자료에서도 실질적으로 일반강간보다, 남편의 폭력행위에 수반된 아내강간피해율이 훨씬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으며, 아내구타에 대한 국가공권력 개입이 입법화된 상황에서 아내강간을 문제를 더 이상 가정 내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국가 형벌권개입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