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필자 자신이 이용하는 지하철 6호선에 대하여 생각하는 점을 작성한 소감문입니다

저작시기 : 2004년 10월

목차

1. 자리에 앉았다
2. 자리에 못 앉았다

본문내용

지하철 6호선
월요일 아침 8시 10분.나는 학교로 가기 위해 화랑
대 역으로 간다.길고 가파른 에스컬레이터를 거의 뛰다시피하며 탄다.하늘이 보이는 역 입구를 지나 6호선만의 특색있는 개찰구로 향한다.처음엔 이 개찰구를 보고 당황했다.표를 어떻게 넣어야하나.대개의 지하철역에 있는 개찰구들은 표를 손에 쥔 상태에서 평평하게 집어넣으면 되는데, 6호선은 표를 넣는 구멍이 약간 밑으로 향해있다.가끔 개찰구 앞에서 당황해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고 혼자 재미있어 한다.-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계단내려가기 전에 벽에 붙어있는 거울을 빠른 속도로 지나치면서도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사실 지나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거울에 눈길을 꼭 주고 지나간다.세계적인 패션리더 한국인답다.그 바쁜 출근시간에도 자기 모습을 봐야한다.띵띵띵띵 지하철이 온다는 신호음이 들려온다.또 지하철 계단을 뛰어내려간다.그러면 대개 지하철은 반대방향에서 들어오고 있다.가끔 이 신호가 어느 방향 것인지 잘 구분하는 사람이 있는데, 기회가 되면 그 비법을 좀 배워야겠다.청각이 유달리 뛰어난가? 응암순환행 열차를 타는 나는 지하철 진행방향쪽으로 쭈욱 걸어간다.즉 xxx-xxx번 문 앞으로 간다.신당역에서 내려 갈아타는 일을 수월히 하기 위해서다.아침의 1분의 오후의 10분보다 더 소중하다.역시나 xxx-xxx번은 경쟁이 치열하다.앞쪽엔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거의가 신당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이다.자리에 앉을 수 있을라나.봉화산을 출발하여 두 번째 역임에도 불구하고 월요일 아침 8시 20분에 타는 6호선 1번 열차엔 항상 자리다툼이 치열하다.태릉입구역이 아닌 봉화산 역으로 오는 것도 자리에 앉기 위해서인데, 월요일엔 자리에 앉기가 항상 힘들다.
응암순환, 응암순환 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손
님 여러분께서는 한 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뒤쪽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일어나 줄을 선다.열차가 들어온다.열차의 헤드라이트(?)의 불빛은 참 묘하다.사람들이 지하철에 뛰어드는 것도 그 불빛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주황색의 불빛이 부아앙~ 하며 들어오는 열차보다 먼저 시선에 꽂힌다.알 수 없는 느낌이 든다.-일종의 최면술일 수도 있다.그래도 월요일 아침엔 북적대는 사람들로, 어떻게 해야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게다가 xxx-xxx 문 앞에 서 있기 때문에 내 앞을 지날 때면 지하철은 거의 멈춰있다.문이 열리기 전에 자리가 어디어디 비어있는지 창문너머로 미리 봐둔다.내 앞의 여자가 어디에 가서 앉을까 생각해보고 어느어느 자리가 확률이 있는지 따져본다.문이 열리면 순식간에 사람들은 열차 안으로 밀려든다.
1.자리에 앉았다.
정말 나도 믿을 수 없는 집중력과 순발력이다.한 3초
나 될까말까하는 순간에 앞으로 4,5초간의 일의 행동을 다 정하고 상황을 예측해 목표한 바를 이룬다.대단하다.월요일 아침 8시 20분의 지하철 6호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양 옆으로 덩치가 산만한 아저씨 둘이 앉아 있더라도 자리에 앉은 승리자의 기쁜 마음으로 좁은 자리쯤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린다.게다가 나는 덩치가 작아 좁은 자리가 그다지 불편하진 않다.지하철 타기까지 숨가쁘게 흐르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돈이 되었다.숨을 고른다.땀이 난 이마를 닦고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을 살펴본다.남자들보단 여자들이 많이 앉아 있는 게 더 좋다.아무래도 여자들은 예쁘게 꾸미고 다니니까 남자보다 구경 할거리가 많다.화장을 어떻게 했는지 살펴본다.지금은 안하고 다니지만 나도 이제 화장을 해야하니까 공부한다는 심정으로.예쁘게 잘 그린 여자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이 바쁜 아침시간에 어떻게 저런 솜씨가 발휘되는지.머리는 슥슥 지나간다.학생과 대개 직장인들이라 별로 구경할만한 것들이 없다.거기서 거기다.가끔 머리를 못 말린 여자를 보면 반갑다.나도 항상 젖은 머리로 집에서 나오니까.가장 재미있는 것은 신발 구경이다.옷차림이야 말끔히 잘 입은 사람들을 보면 아, 멋있네 하고 넘어간다.내가 입을 수 없는 옷들도 많으니까.하지만 신발은 나도 얼마든지 신을 수 있다.물론 옷이랑 어울려야하겠지만.사실 지하철에 앉아 있으면 시선을 둘만한 마땅한 곳이 없다.다들 아침에 나누어주는 신문을 챙겨 읽고 있다.-나는 한 번도 받아본적이 없다.이 지구 어딘가에서 신문을 받는 순간 베어질 나무를 생각하며.-똑바로 앉아 그대로 시선을 보내면 맞은편 사람의 얼굴이나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배가 보인다.둘 다 쳐다보고 있기에는 왠지 민망하다.그래서 약간 아래로 시선을 끌어내려 신발을 본다.서 있는 사람도 보고 앉아 있는 사람도 보고 약간 무리를 해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저쪽에 서 있는 사람들의 구두도 다리 사이로 본다.낡은 신발 새 신발 더러운 신발 예쁜 신발 굽이 한참 닳은 신발.양말은 어떻게 신었나(가끔 보이는 사람도 있다.) 샌들을 똑바로 신고있나.신발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했다.아직 나의 내공으론 다 파악해 낼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신발은 사람들만큼이나 다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가끔 핸드폰 시계를 들여다 보며 그렇게 20여분을 보낸다.
2.자리에 못 앉았다.
xxx-xxx번 문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너무 이쪽자리
까지 와서 앉아 버렸다.정 앉고 싶으면 4,5번 열차에 타면 되지만 1교시부터 지각하고픈 생각은 없다.4번이냐 1번이냐는 정말 등교시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하철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몸이 움직이는 방향을 파악해 못 앉을 것 같으면 빨리 포기하고 왼쪽 문 앞 벽에 찰싹 붙어야한다.이제부터 전쟁이다.태릉입구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문의 기둥 손잡이를 더욱 단단하게 잡는다.이제 준비를 해야한다.석계 돌곶이를 지나 상월곡이다.여기서 문이 처음으로 왼쪽으로 열린다.사람들이 탄다.문에 더욱 밀착하였다.월곡 고려대 안암을 지나 보문을 거쳐 창신.이미 꽉 차버린 지하철 안으로 사람들이 밀고 들어온다.플랫폼에 서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덤덤하지만 문 앞에서 밀리지 않으려 버티고 있는 나는 짜증이 팍 났다.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꼭 xxx-xxx번 문으로 타야하나.지금 생각하면 웃긴다.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이유로 그 자리에 서있던 건데.마지막 동묘앞.가끔 여기서 복병들이 등장한다.땀냄새 풍기며 뒤돌아 타는 아저씨.분명 자리가 하나도 없는 데 뒷걸음질로 지하철 안으로 밀고 들어와 몸이 문밖으로 넘어가도 손을 뻗어 입구의 위쪽을 단단히 잡고는 엉덩이로 사람들을 민다.얼굴이 분명 튀어나왔는데 문은 무사히 닫힌다.나는 기둥을 잡고 있는 손을 놓칠까봐 쭉 펴진 팔꿈치의 통증에도 옆사람의 압박에도 버티고 또 버틴다.그렇게 20여분이 지나갔다.
신당역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을 따라 나도
얼른 내린다.그리고 에스컬레이터 옆 계단으로 뛰기 시작한다.6호선보다는 덜 복잡하지만 한 번 놓치면 잘 오지 않는 잠실방향 2호선을 타기 위해 또 달린다.
지하철 6호선은 나에게 있어 너무나 친근한 공간이다.
다른 어떤 노선보다 깨끗한 역과 지하철내부를 좋아하고 한사람 한사람의 공간이 명확하게 구분된 의자를 좋아하고 예쁜 역 이름들을 좋아하고 아침마다 나의 20분을 즐겁게 혹은 고달프게 하는 지하철 6호선을 좋아한다.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