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정석남의 몇편의 시를 중심으로 그의 서정적 시세계에 관해 살펴보는 내용의 레포트입니다

저작시기 : 2004년 6월

목차

제1부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제2부 水墨 정원
제3부 빗소리
제4부 광화문
제5부 어떤 가을날

본문내용

장석남의 시세계
자연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
자연은 아주 오래 전 선비들이 시조를 읊던 시대부터
쓰여진 소재이다.지금도 많은 시인들이 자연에 대해 묘사를 하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로써의 반성을 꾀한다.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상투적인 접근 방식이라 하겠다.그래서 요즘은 몰개성론과 같은 극적, 허구적인 자아를 사용하여 현대라는 시대를 비판하고 있다.그런 이유에서인지 요즘은 서정시인을 보기 힘들다.그만큼 시도 많이 고갈된 정서를 논하는 것으로 돌아서일까.장석남의 시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요즘을 사는 사람답지 않게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 말이다.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답지 않은 순수성을 지녔다.그가 바라보는 자연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제 1부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도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니 어쩌면 그것은 너무 과장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만큼 현대에 맞지 않는 감수성이 아닐까.죽은 꽃나무를 뽑고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시적 화자.너무나 서정적이지 않은가.이것은 마치 뒹구는 낙엽을 보고 까르르 웃다가 또 울고 마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그리고, 이러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은 요즘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으니 이것이야 말로 고전적인 서정성이 아니겠는가.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맸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殘像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1연은 굉장히 일상적인 이야기이다.화자는 죽은 꽃나무
를 뽑아낸다.그러나 꽃나무를 뽑은 자리에서 그는 허전함을 느낀다.꽃나무의 부재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화자는 자신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한다.그리고, 부재로 인한 갈증으로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 다시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다.그러나 그것은 꿈이라도 꾼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한다.이렇게 지극히 일상적인 정황속에서 화자는 진술하고 있다.꽃나무를 뽑아낸 뒤의 자신이 심정에 대한 진술을 말이다.내가 이 시를 읽고 화자의 심정이 너무나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여기서 시작되었다.죽은 꽃나무를 뽑아준 것인데도 화자는 아파하는 건가? 결국 나는 이 시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즉, 화자의 진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다른 것(상징, 변 등과 같은)으로 해석하고자 해 보았다.그렇다면 꽃나무는 무엇이겠는가.죽은 꽃나무 이것은 여러 가지를 상징하고 있을 것이다.이 작품만 놓고 생각해 보면, 기억이 아닌가 추측해본다.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잘 생각나지 않은 잔상들이라 할 수 있겠다.그것은 화자의 어린 시절 기억이라 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이에 대한 기억이라 할 수도 있겠다.부모에 대한 기억이라 할 수도 있고, 형제.또는 죽은 이에 대한 기억이라 할 수 있겠다.어쨌든 이러한 잔상은 화자의 가슴속에서 뽑아내려 해도 뽑아지지 않는 존재로 인지되고 있다.자신은 분명 마음속에서 그 잔상들을 떨쳐버리고 뽑아냈지만 그것들은 그럴수록 화자의 마음속에서 고통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결국 화자의 가슴속에는 현실속에서 뽑아낸 잔상들이 고통으로 변모되어 존재했던 것이다.나는 이 시를 보며 또 한 번 아이러니를 느꼈다.인간이 부정하는 감정이 더 악화된 형태로 굳혀지니 말이다.
또, 이 시는 전통적인 서정시의 리듬감, 운율을 지향
하고 있다.이 시를 읽으며 오랫동안 현대시에서 잃어버린 운율을 찾아낸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으니 말이다.(마치 시인이 말한 잔상처럼 나는 어쩌면 현대시에서 운율을 기억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 보았다) 그 운율은 진술시의 문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해 보았다.특히 인젠이라는 말은 일상속에서 많이 쓰이는데 시어로는 적절치 못 하다고 생각해온 단어였다.그런데 이 시에서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은 잔상들 과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라는 구절에서 인젠과 인제는이라는 시어를 비교해보았다.결국 이 시는 2연과 3연이 인젠과 인제는으로 대구를 이루고 있는 구조인데 만약 똑같이 인젠으로 통일하거나 인제는이라고 통일했다고 가정해보자.그렇다면 어구의 반복으로 대구의 정확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운율감같은 것은 떨어져서 재미없는 시가 나올 것이다.즉, 기계적인.딱딱한 진술 말이다.나는 아주 사소한 차이지만 인젠과 인제는의 다른 사용으로 시가 단조로움을 피했다고 생각한다.또 이러한 것 역시 시인의 작은 배려가 아닌가 생각한다.그리고 3연을 보면 ~하여도가 두 행에서 반복되는데 이것도 역시 운율, 리듬감을 획득하는데 한 몫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
섭하겠네는 짧은 문장이지만 읽는 독자들에게 큰 여운을 남겨주는 것 같았다.그리고, 시는 공간의 여백을 통해 독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1부에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배를 밀며, 배
를 매며, 마당에 배를 매다 이 세 편의 시였다.특히 나는 이 세 편의 시들을 통해 시인의 미적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에 이은 미적인식을 말이다.배를 밀며는 배라는 것이 강물에 뜨는 것을 이용하여 심리적인 묘사를 하였다.이것은 일상의 기계적인 모습을 시인의 새로운 인식과 감지를 통하여 본 말 그대로의 미적인식이었다.특히 사랑은 참 부드럽게도 떠나지/ 뵈지도 않은 길을 부드럽게도/ 배를 한껏 세게 밀어내듯이 슬픔도/ 그렇게 밀어내는 것이지/ 배가 나가고 남은 빈 물 위의 흉터/ 잠시 머물다 가라앉고/ 그런데 오,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배여/ 아무 소리없이 밀려들어오는 배여(배를 밀며 中에서) 이 구절들은 시인의 인식과 사유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이 작품은 진술과 묘사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는데 마지막은 시인의 독백적 진술에 가까웠다.그런데 이러한 진술은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뿐만 아니라, 시인의 인식과 사유가 얕으면 안 된다.그런데 이 시는 배를 물위로 띄우는 것처럼, 배가 물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특히 배를 밀 듯이 슬픔을 밀어내는 것이라고 하는 시인의 진술은 또 한 번 미적인식을 확인하게 해 주는 말이었다.
그리고 배를 매며라는 작품은 역시 배를 밀며와 같은
사유와 인식의 방식인 것 같다.특히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이라는 구절은 시인의 탁월한 필체가 돋보인 구절이었다.이 구절은 내 나름대로 이렇게 해석해 보았다.화자는 사랑이란 그런 것(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을 처음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그렇다면 화자의 말은 구름과 빛과 시간은 배를 맬 때 늘 같이 매어져 왔다는 것이다.그리고 우리가 인지한 순간은 아주 한 순간이었다.그것은 일종의 자연의 섭리였다.우리가 알아차리지 못 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작용하는 섭리.이치 말이다.그리고, 우리가 알아차렸을 때, 배를 맨다는 것이 다른 것을 함께 맨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처럼 사랑은 어느 한 순간 우리가 알아차려지는 것이다.그것이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말이다.첫눈에 반한 사랑도 한 순간이라는 시간이 따르지 않는가.
또, 다르게 생각하면 사랑은 구속이다 배를 매어버리는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