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다른 책에는 등장하지 않는 먹거리와 살 거리, 볼거리를 소개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일본을 보여준다. 수백 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상점들과 그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에 느끼지 못한 문화를 접하게 해준다.


여지영, 이진숙 지음
한빛라이프 / 2014년 5월 / 336쪽 / 15, 000원

▣ 저자
여지영 - 《쎄씨》, 《여성중앙》, 《유행통신》, 《키키》 등의 여성 잡지에서 일했고 여행서를 비롯한 요리, 인테리어 등의 실용도서를 기획하고 만든 출판 기획자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는 오빠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일찍이 일본 문화에 노출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논노》, 《앙앙》 같은 패션 잡지를 사 모으며 일본 여행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 친오빠가 일본에 살게 되고, 일본을 자주 오가야 하는 직업의 특성 덕에 시모기타자와, 기치조지, 신주쿠, 롯폰기 등지를 원 없이 돌아다녔다. 일본 여행에 흥미를 잃을 즈음, 여행 친구 진숙을 만나면서 새로운 일본 여행의 재미를 찾게 되었다.


이진숙 - 일본의 유명 제과학교인 ‘동경제과 전문학교’ 출신으로 출판계에서 일본통으로 널리 알려졌다. 일본어권 도서 에이전시 회사와 빈티지 스타일의 ‘호시탐탐’이라는 카페를 운영한 바 있다. 새로운 것보다는 낡았지만 오래된 정서를 좋아하는 덕에 그녀의 방 안엔 그림과 멋을 사랑하신 어머니의 오래된 재봉틀, 화구, 화첩, 고장 난 액세서리, 벼룩시장에서 주워온 책상을 비롯해 아버지의 셔츠와 낡은 책 등 사연과 추억이 담긴 물건이 구석이 아닌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즐겨 다니셨던 오래된 떡집과 안경 가게의 단골손님이다. 굳이 멀리 있음에도 애써 찾아 가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그곳에 가면 그녀만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목차

여는 글 / 한눈에 훑어보는 일본사
품목별로 찾아보는 도쿄의 오래된 상점들

도쿄 거리 01 니혼바시
가다랑어포 상점 : 닌벤 / 이쑤시개 전문점 : 사루야
고화방 : 유벤도 / * 니혼바시의 상점들

도쿄 거리 02 긴자
향 상점 : 코주 / 천 상점 : 오오노야 / * 긴자의 상점들

도쿄 거리 03 닌교초
칼 상점 : 우부케야 / 인형 전시관 : 주사브로관
두부 상점 : 후타바 상점 / * 닌교초의 상점들

도쿄 거리 04 아자부주반
콩과자 상점 : 마메겐 / * 아자부주반의 상점들

도쿄 거리 05 아사쿠사
안경점 : 와타나베 안경점 / 반찬 상점 : 에비야 소혼포 / * 아사쿠사의 상점들

도쿄 거리 06 메구로
원두커피점 : 이토야 / * 메구로의 상점들

도쿄 거리 07 간다
술 상점 : 토시마야 혼텐 / * 간다의 상점들

도쿄 거리 08 시모키타자와
장난감 상점 : 장난감천국 2초메3번지 / * 시모키타자와의 상점들

도쿄 거리 09 기치조치
도장집 : 세이운도 인방 / * 기치조치의 상점들

도쿄 거리 10 혼고
여관 : 호메이칸 / * 혼고의 상점들

도쿄 거리 11 가구라자카
조리수리점 : 스케로쿠 / * 가구라자카의 상점들

도쿄 거리 12 고엔지
도미빵 : 세이후 / * 고엔지의 상점들

도쿄 거리 13 시부야
클래식 다방 : 라이온 / * 시부야의 상점들

도쿄 거리 14 닛포리
과자점 : 하부타에 당고 / * 닛포리의 상점들

도쿄 거리 15 가미이구사
미술관 : 치히로 미술관 / * 가미이구사의 상점들

참고도서 / 맺는 글

본문내용

우리에게 도쿄는 매우 특별한 곳이다. 10년 전 각각
일본 출판 에이전시 에이전트와 출판 기획자로 일하고 있던 우리는 알게 된 지 2개월 만에 도쿄 여행을 함께 계획했다. 도서 구입 및 일본 출판 시장조사에 서로 도움이 되겠다는 계산에서였다. 이미 자주 도쿄를 여행했던 터라 일본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전무했으며, 아직은 어색한 사이라 일정은 2박 3일로 짧게 잡았다. 일본에 도착하기 무섭게 어찌나 서둘렀는지 이틀째가 되었을 때 계획했던 업무 일정이 끝나고 말았다. ‘뭘 하지?’ 다소 어색한 공기가 감돌자, 진숙 씨가 조심스럽게 뜻밖의 말을 꺼냈다. ‘미안하지만’ 가까운 거리에 자신이 유학 시절 살던 고엔지가 있는데 잠시 들러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고엔지는 그동안 내가 일본에서 활동했던 동네와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유학 시절 얘기를 들으며 고엔지를 걸을 때 비로소 ‘도쿄를 여행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여행한다는 느낌이 나네요. 전에 우에노 공원을 헤맨 적 있어요.” “정말요? 우에노 공원에는 왜요?” “거기에 나쓰메 소세키의 단골 당고집이 있다고 해서요. 그런데 영 찾을 수가 없어서 결국 실패했어요.” “그 집은 닛포리에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나도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요. 나중에 일본 또 오게 되면 한번 가볼래요?”


1년이 채 되지 않아 우리는 소세키의 당고집을 찾아갔
다. 이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다자이 오사무가 즐겨 찾았다는 긴자의 바 루팡, 에 나올 것만 같은 일본의 오래된 여관 호메이칸, 가와바타 류시처럼 유명 화가가 즐겨 찾았다는 화방 유벤도 등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그럴수록 우리는 도쿄의 오래된 이야기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 더 이상 볼 게 없다 치부했던 도쿄가 가보고 싶은, 더 알고 싶은 곳이 된 것이다. 이 책은 10대나 20대의 관심사를 담은 일본 여행기는 아니다. 또 일본을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다지 친절한 책은 아니다.


다만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에 살면서도 가장 멀게
느껴지는 그들의 삶 속으로 조금만 파고 들어가 보면 우리네와 별반 다를 게 없음을 발견하고 공감하게 된다. 최고로 치는 일본의 장인들도 이제 대를 이을 후손이 없는 건 우리와 다를 바 없고, 자식에게는 고된 일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어버이의 마음도 같았다. 물론 여느 여행서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우리의 여행에도 등장한다. 음식, 쇼핑, 카페 등……. 그러나 우리의 도쿄 여행은 특정한 곳의 현재의 모습을 단순히 소개하고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문화와 그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 밖에 나가면 100년 넘은 가게들이 수두룩해.
그 사람들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대대로 물려온 가업마다 그들의 이야기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살아남았기 때문이야. 전쟁으로, 지진으로 하루아침에 주위 사람이 다 죽어나갔는데 천운으로 살아남았다면 그다음은 선택의 여지가 있나? 악착같이 살아야 했지.” 가다랑어포 상점 닌벤에서 만난 아키야마 씨의 칼로 자르는 듯한 말은,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 생각하는데도 자주 불친절하고 여지를 주지 않는 삶에게 원망을 품고 있던 내 마음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해주었다.


우리의 여행은 모든 전후 설명 없이 서로의 정서를 공
유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 데서 시작되었고, 첫 여행 이후 좁은 작업실에서 다시 만나 “도쿄에 대한 책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수다에서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작업 기간이 길어져 해가 바뀌는 사이 우리가 다녀온 상점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기고, 아직 있을까? 하며 들른 헌책방에는 늘 똑같은 자세로 앉아 책을 읽고 계시는 주인 할아버지가 계셨다. 여전히 TV를 틀어놓고 오방떡을 굽는 아저씨의 웃음에는 어느새 주름이 늘어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다. 기억 속 골목에 숨은 오랜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이 책 속의 상점들을 나누고 싶다.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