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건축학자이자 사색하는 여행자인 저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온 건축여행과 사유의 기록을 바탕으로 여행과 인생을 독특한 관점으로 바라본 에세이다. 수많은 여행을 통해 얻은 통찰은 인생이라는 여행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리칭즈 지음
아날로그 / 2014년 11월 / 372쪽 / 15, 800원

▣ 저자 리칭즈
미국 미시간 대학 건축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타이베이 실천대학 건축설계학과 전임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계 곳곳의 건축물들을 탐험하며, 그 기록을 자신만의 시선을 담은 글과 사진으로 남기는 일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도시 탐험학』, 『건축 영화관』, 『건축 산책』, 『철도 건축 산책』, 『기이한 건축 세계』, 『안도 다다오의 건축 미궁』, 『천당 미술관』, 『건축을 먹다』 등이 있다.


▣ 역자 강은영
상지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수학했으며, 부산 APEC 통역 등 다양한 통역과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기업을 이끄는 7가지 유전자』, 『심리학의 즐거움』, 『페르시아 전쟁사 : 고대 동서양 문명의 대격돌』 등이 있다.

목차

추천의 글_ 사유하는 건축학자의 특별한 여행
프롤로그_ 인생이라는 여행
사고, 생명, 관찰, 이동에서 출발한 여행 개념 20_ 여행을 생각하다

PART 1. 250-350km/hr 고속열차의 도시여행
[인생과 여행] 속도에 대한 욕망
단순 그리고 순수함 _ 스페인의 AVE 고속열차와 메트로폴 파라솔
하얀 설원을 내달리다 _ 슈퍼 고마치와 안도 다다오의 최신작
자연의 고요함과 소박한 삶을 찾아서 _ 프랑스 TGV 고속열차와 현대 건축물

PART 2. 100-150km/hr 철로 주변의 작은 마을여행
[인생과 여행]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린 기차여행
아득한 미지의 땅 _ 슈퍼 히타치와 세계의 끝
설원 위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다 _ 슈퍼 하쿠초와 겨울의 어드벤처

PART 3. 80-100km/hr 도로 위의 자유여행
[인생과 여행] 도로 위에서 인생을 생각하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자아의 실현 _ 미국의 서부도로와 건축여행
건축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_ 미국의 서부도로와 예술여행

PART 4. 30-80km/hr 전차와 사색여행
[인생과 여행] 정감이 느껴지는 여행의 속도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다 _ 와카야마 전차와 고양이 역장
공중을 달리는 도시 전차 _ 치바 도시 모노레일과 호키 미술관
해변을 달리는 청춘의 동반자 _ 에노덴 전차와 세계 최고의 아침식사
사색을 부르는 매력적인 도시 _ 에이잔 전철과 교토의 색다른 여행
일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예술 도시 _ 마르세유의 건축과 노면전차 여행

PART 5. 20-30km/hr 여객선과 바다여행
[인생과 여행] 고독한 항해
자유로운 영혼의 여행 _ 세토 내해의 섬여행
미래에서 온 유람선 _ 마츠모토 레이지의 미래 우주선

PART 6. 2-4km/hr 작은 골목의 소박한 여행
[인생과 여행] 호기심 가득한 도시의 방랑자
건축물을 찾아 나선 도보여행 _ JR 중앙선과 코엔지의 건축물들
건축물을 쫓는 스파이 _ 도쿄 건축물 도보 순례

PART 7. 0km/hr 고요한 묘지여행
[인생과 여행] 죽음과 욕망의 안식
죽음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과제 _ 파리의 묘지를 산책하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공존 _ 도쿄의 묘지 산책

본문내용

건축의 대가 안도 다다오는 그의 저서 『걸으면서 생각한
다』에서 이동과 사고의 관계에 대해 “걸으면 자연스럽게 사고가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철제 골동품 장난감을 생각나게 한다. 태엽을 힘껏 감았다 풀면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던 그 장난감처럼 인간의 뇌와 몸도 서로 연계되어 있어 이동을 통해 상호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영국의 작가 알랭 드 보통도 “여행은 사고를 촉진한다. 이동 중인 비행기, 배, 기차는 우리 내면의 대화를 가장 잘 이끌어내는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창작가들은 대부분 여행을 좋아했다. 그들은 이동을 하면서 창작의 영감을 얻고, 새로운 소재를 발굴했다. 폭발적인 에너지로 교향곡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곡가 베토벤은 평소 비엔나의 숲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중국 고대의 수많은 시인들도 다양한 이유로 중원을 떠돌며 중국의 수려한 산수를 접했고, 그 과정에서 내면의 근심, 상념과 진지하게 마주했을 것이다.


나는 여행의 속도에 아주 민감한 편이다. 여행의 속도
는 여행자가 본인의 생명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오늘날 하늘을 날고 있는 거대한 비행기의 출현은 고대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세계여행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이제 현대인들에게 해외여행은 흔한 일이 되었다. 아침에 비행기에 올라 영화를 몇 편 보고, 기내식만 몇 끼 먹으면 어느새 센 강과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야경을 볼 수 있다. 죽기 전 세계 각국의 유명한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전통적인 여행 방식인 기차여행을 더 선호한다. 기차여행은 가장 인간적인 여행 방식 중 하나이다. 객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편안히 앉아 창문 밖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상념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실 거대한 여객기에 앉아 있으면 속도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차를 타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 ‘내가 빨리 가고 있구나.’ 혹은 ‘늦게 가고 있구나.’를 확실하게 느끼면서 진정으로 속도를 즐길 수 있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이동하는 동안 내 영혼은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여행, 그 이동의 방법은 우리 내면의 동경을 상기시킨다. 더 좋은 곳으로, 더 아름다운 곳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에도 “아브라함의 인생은 여행이었으며, 평생 남의 집에 의탁해 기거하였으나 그가 부러워하고 동경한 곳은 오직 하늘에 있는 더 아름다운 고향이었다.”라고 적혀 있다. 어쩌면 우리의 여행도 더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동경일지 모른다. 여행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죽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곳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나에 대해 부단히 성찰하고 반성한다. 여행은 우리를 바꾸며, 우리를 만든다. 안도 다다오가 말했던 것처럼 “여행은 사람을 만든다.”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